[포럼] 경제失策 못지않게 비난받을 `우유부단`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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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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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경제失策 못지않게 비난받을 `우유부단`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긴 겨울의 끝자락, 이제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나날이 짧아지는 창가에 비친 햇살에서, 점심산책 때 볼에 와 닫는 한결 온화해진 바람에서 봄이 다가옴을 느낀다. 학생들이 봄을 데리고 학교로 돌아온다. 봄 개학이다!

그러나 퇴근길 동네를 걸어가면서 문 닫힌 상가, 텅 빈 골목 상권을 보면 여전히 우리 경제는 엄동설한임을 깨닫는다. 상황이 이럴진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그 어떤 설명이 진정성 있게 와 닿을 것인가? 자동차 공장이 철수한 것도 아니고 지역산업이 무너진 것도 아닌 지역의 경기가 이렇다면 직격탄을 맞은 지역주민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도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편히 잠자기 어려울 것이다. 추구하는 이념과 철학이 다를지라도 최소한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더 이상 우리 경제가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방식을 이용해서 대규모 토건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이 현 행정부의 조삼모사 정책이기는 하나, 어떤 정부였다 하더라도 어떤 비난이 뒤따른다 하더라도 택할 수밖에 없는 단기정책이란 것을 이해한다.

문제는 전국적인 대규모 토건사업이 단기와 중기에 걸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임기응변 정책이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산업을 키위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처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문재인 행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관성 있는 장단기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향상이 중요하고, 소득격차 완화가 중요하며,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중요하더라도 그 어떤 정책이나 이념이나 철학이 현재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과감히 버리고 실용적인 정책노선으로 변경을 해야만 한다. 그 길만이 우리 국민이 함께 잘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규제혁신을 얘기하면서 택시업계의 반대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이미 우버 서비스 도입 이후 미국에서는 택시면허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에 통계와 함께 사례로 제공되고 있는 세상인데, 세계 최고의 인터넷 망을 갖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서 도입조차 못한다는 것은 정권의 우유부단과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흔히 파괴적 혁신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파괴적 혁신이란 바로 혁신의 본질이 기존 시장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생태계 파괴의 과정은 새로운 효율적인 사업자의 도전으로 촉발되고 기존 기업의 응전을 통한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구체제는 붕괴되거나 효율적인 형태로 진화되고 보다 효율적인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혁신의 한 과정이 종료된다.

정부의 인허가 규제가 없는 산업이라면 파괴적 혁신은 앞서 기술한 것과 같이 시장경쟁의 과정을 통해서 진행된다. 그러나 인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산업에서 정부가 이해당사자의 타협을 얘기하면 이는 새로운 사업자가 도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된다. 최소한 중립을 지킨다면 이제 정부의 진입규제를 폐지할 것이니 경쟁을 통해 살길을 찾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 정책 시행과 같은 미사여구를 수백 번 반복하는 것 보다, 자기 진영의 욕을 먹더라도 카풀 허용과 같은 제대로 된 규제완화를 해나가는 것이 현 정부가 짊어진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용기 있는 정책이란 것을 주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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