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위협이 대두하며 수도권에 밀집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정보보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침해사고의 대다수가 집중되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보호 대응체계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KISA(한국인터넷진흥원)가 지역 정보보호지원센터 확대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27일 KISA와 중소기업벤처부 등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대상의 해킹 공격으로 인한 기술유출이 최근 3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비 수도권 지역의 중소기업이 공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소기업 47%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정보보안 기업과 관련 인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은 보안 인프라가 미비해, 정보보호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게 KISA 측 설명이다. 노명선 KISA 역정보보호총괄센터장은 "중견기업은 IT인프라 등 정보보호 수준이 괜찮지만, 중소-영세기업은 정보보호 투자나 조직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방문해보면 기업에 PC, 홈페이지, 이메일도 있지만 PC에 중요 정보를 저장해 관리하는 해킹에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선기자재 제조업체 A사의 경우 업무담당자 메일 계정 해킹을 통한 거래관련 정보가 유출돼 평소 거래처에 위장한 계좌 번호로 결제대금 요청 후 탈취됐다. 또 선박엔지니어링 업체 B사는 업무용 PC 해킹을 통한 거래처 정보 및 내부업무정보 유출로, 거래 업체로 위장한 거래대금 요청 인보이스 메일을 수차례 발송됐다. 낚시용품 판매점 C사도 운영 중인 쇼핑몰 해킹을 통해 협력업체 정보가 유출, C사에서 발송하지 않은 주문서가 국내 수십 여 개 협력사에 무단발송된 바 있다.
KISA는 지난 2014년부터 지역정보보호 지원센터 구축을 통해 지방소재 중소기업 사이버 침해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적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 대구정보보호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중부(충북), 동남(부산), 호남(광주), 경기, 울산 등에 차례대로 개소됐다.
이 센터에서는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보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을 통해 보안항목별 솔루션 구축을 통한 맞춤형 취약점 조치를 진행해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95개의 기업을 선정해 각 기업당 약 1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104개 기업이 중도 포기했다.
노 센터장은 "비용문제를 포함해 담당자의 이직, 최종 결정권자인 CEO가 해당 사업을 거부하는 등 보안에 대한 꾸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올해 안으로 1개 지역센터를 추가로 설립하고, 2020년까지는 총 10개의 센터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