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포럼] `카풀갈등` 자율주행 혁신에서 찾아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2702102369640002[1].jpg "[포럼] `카풀갈등` 자율주행 혁신에서 찾아야")
자율주행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올해11월 자율주행버스가 처음으로 운행을 개시했다. 자율주행차들이 승객의 승·하차 지점을 토대로 즉석에서 노선을 계산하며 도로를 누비고있다. 야간에는 자율주행차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소포를 배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위해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없앴다. 새로이 개발된 주택지구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수용해야하고 차량소유를 억제하는 규칙도 따라야 한다. 신규 주택지역에는 좁은 도로, 특수 노면 표지, 완만한 커브, 특정한 연석 높이, 주차공간 감축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제도도 함께 시행 중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기업인 '웨이모 (Waymo)'는 아리조나주의 피닉스에서 자율주행밴 600대의 운행을 시작했다. 비록 반경 160km 구역 내에서 약 4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한된 서비스지만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해 밴을 호출하면 자동으로 주행해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웨이모는 최근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백업 목적의 인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최초의 회사로 승인을 받았다. 웨이모는 현재까지 1000만 마일(1600만 km)을 주행했으며 매달 100만 마일씩 기록을 늘려 나가고 있다.
웨이모는 시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24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승인이 나면 바로 배치할 수 있도록 크라이슬러 퍼시피카(Pacifica) 기반의 자율주행 미니밴 8만 2000대를 추가로 확보해 두었다. 자율주행차량 서비스의 시범 프로젝트가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IT 중심적이고 혁신을 쉽게 수용하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달라스,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피츠버그와 같은 도시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발전 추세가 지금처럼 지속되면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시간문제이며 실용화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행하는 차량보다 안전한 시점이 되면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반발하는 택시기사들을 달래기 위해 '택시 월급제'를 내놓고 눈치만 보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이 늘어나면 택시기사는 사라질 직업의 1순위에 해당한다. 마치 90년전 택시가 등장하면서 수천 명의 인력거꾼이 없어졌고, 교통카드가 출시되면서 3만명의 버스 안내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이치다. 자율주행차량의 시대에도 지금처럼 국민세금으로 '택시 월급제'를 지원할 수 있을까?
정부는 카풀의 문제를 공유경제의 프레임으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자율주행기술을 포함한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혁신'이라는 보다 장기적인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신산업이 태동할 때 기존 산업의 반발과 저항은 항상 있어 왔다. 카풀 서비스의 등장에 택시업계가 집단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며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유사이래 인류가 새 기계나 신기술과 싸워 이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러다이트 운동'으로 알려진 기계파괴 운동도 새로운 변화를 막지는 못했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직업은 사라지지만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어 버린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택시 업계를 달래기 위해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땜질식 처방은 자율주행으로 나아가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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