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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칼럼] 또 정권發 위기로 추락하는 카이스트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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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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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칼럼] 또 정권發 위기로 추락하는 카이스트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카이스트(KAIST)가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의 대구과기대 초대 총장 시절 외국 유명 연구기관과의 협력 사업의 예산 사용 상의 문제를 들어 모든 절차도 생략한 채 검찰에 고발하고 확정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 또 이사회에 직무정치를 요청했다. 정부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그 진실 여부를 학교 구성원들이나 언론과 일반 국민이 한동안 파악하지 못한 채 리더십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처럼 카이스트도 여러 번의 리더십 위기를 겪어 왔다. 그 때마다 대학은 표류하고, 과학기술 연구와 지식의 본산으로서 자부심은 훼손을 입었다. 불행하게도 그 대부분 정부가 원인이었다는 점이 우리가 다시금 대학의 지배구조를 고민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행정 경험이 전무한 스탠퍼드 대학의 노벨 물리학상의 수장자인 러플린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한 것은 희극에 가까운 좌충우돌로 끝나고 말았다. 카이스트 개혁의 아이콘이 되었던 전임 서남표 총장은 당시 교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연임을 결정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사내 구성원들의 반대가 빌미가 되었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던 이사회 대학 총장의 재임용에 필요한 객관적 평가는 물론이고 사퇴의 명분이나 절차적 정당성도 마련하지 못하고 여론과 정부 사이에서 방황하며 대학의 위기를 방치했었다.

그렇다면 이번 이사회는 정권이 아닌 대학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우선 한국의 대학 재단이사들은 대학의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최종 의사결정권자들로서 바람직한 대학 지배구조의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정부나 족벌 재단들이 불러모은 명망가들의 무보수 명예직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이 없다. 서남표 총장의 '재선 반란'을 경험한 과기부는 카이스트 재단의 독립성보다는 관치를 더 강화해 왔다는 점도 카이스트 재단 이사회가 대학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 크게 하는 이유이다. 현재 카이스트 재단 이사회는 과기부를 비롯해 정부의 국장급 관료 3명이 이사로 되어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카이스트가 그간 추구했던 글로벌 스탠다드의 전통이 부인되고 하향 평준화의 길로 급속도로 빠져들고 있다. 최고의 글로벌 인재를 뽑는 교원 인사를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는 전대미문의 정권발 코메디가 강요당하고 있고 정치적 인사가 감사로 낙하산으로 임명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으로 말미암아 교수들의 모든 영리, 비영리 활동을 사전 보고하는 보호감찰 대상자로 전락한 처지에 놓여있다. 필자는 미국 3개 주립대학에서 강의를 했지만 한번도 출장신청서나 출장 보고서를 작성해 본 적 없다. 연구자의 성과로 관리하지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과 연구자의 시간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지방마다 하나씩 늘고 있는 베이비 카이스트가 출현도 어느 대학 하나 제대로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과학기술이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이용 당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 위기의 근본 원인도 대구과기대라는 신설 대학의 초대 총장으로서 우수한 글로벌 협력 연구를 하겠다는 의욕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대학 감사는 연구나 교육의 성과와 가치를 감사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언제고 먼지를 터는 행정상의 지엽적인 규정위반 여부만을 따지는 데 함몰돼있다. 불신사회가 빚어내는 후진적 정부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이사회가 학교의 장기 전략이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의 대학들은 이미 글로벌 정상급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지배구조의 후진성과 불신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법인화대학인 카이스트의 미래가 밝지 않고 한국의 앞날이 어두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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