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주인 '뇌' 속 교세포의 비밀을 풀고, 기억력 상실과 치매 등의 원인을 밝혀 뇌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음달 1일부터 IBS(기초과학연구원)의 새 연구단장으로 활동할 이창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교세포연구단장의 포부다.
이 단장은 IBS 28개 연구단 중의 하나인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공동 연구단장에 선임돼 '인지교세포과학' 그룹을 이끌게 됐다. 사회성 뇌과학 그룹의 신희섭 단장과 호흡을 맞춰 뇌과학의 신비를 푸는 연구에 힘을 보태게 된다.
신경과학 분야의 대표 연구주자인 이 단장은 '교세포'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통한다. 교세포는 신경교세포 또는 비신경교세포로 불리며,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단장은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교세포 중에서도 별세포(중추신경계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교세포)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특히 별세포가 뇌 인지 기능에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발병 기전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뇌과학은 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세포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이에 반해 교세포는 신경세포의 이온농도를 조절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등 신경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 알려져 왔다.
이 단장은 '뇌과학=신경세포'라는 기존의 틀을 깨는 독창적인 연구를 통해 우수한 연구업적을 거두는 등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2010년 신경전달물질을 청소하고,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별세포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신경세포만이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고 분비한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연구결과여서 학계에 큰 관심을 모았다.
2012년에는 별세포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두 개의 이동통로를 통해 다른 속도로 분비하는 메커니즘을 학계에 보고했으며, 2014년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응성 별세포가 가바를 분비해 기억 장애가 유발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별세포도 인지기능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첫 사례로, 이를 토대로 개발된 치매 치료제는 기술이전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별세포가 특정 유전자 발현에 따라 언어학습 능력에 관여하거나, 운동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단장은 IBS 대전 본원에 그룹을 꾸려 교세포와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과 신경가소성 및 인지, 병리학 등의 연구와 함게 후학양성에도 나설할 계획이다.
이창준 단장은 "별세포는 우리 뇌의 70∼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요성과 기능은 이제 막 알려지고 있는 단계"라며 "빛으로 세포를 자극하고 활성화시키는 광유전학을 별세포 연구와 접목해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IBS는 이창준 단장 선임으로 28개 연구단에 29명의 연구단장이 활동하게 됐으며, 분야별로는 물리 9개, 생명과학 7개, 융합 4개, 지구과학·수학 각 1개 등이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