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 소상공인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19일 김종석 의원과 파이터치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연구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이 2007년 이전에 비해 낮아진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추가적으로 실시한다면 카드사들도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카드사 회원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럴 경우 가맹점 매출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은 2007년 이전 4.5%에서 2018년 0.8~2.3%까지 낮아졌다. 그 사이 카드사들은 비용 경감을 이유로 부가서비스 4000여 개 이상을 없앴다.
최근 정부가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를 추진 중이어서 결국 카드사가 연회비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 예로 스페인과 호주 사례를 들었다. 이들 국가에서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 일부인 정산 수수료 상한을 인하하자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모두 인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스페인과 호주는 평균 연회비를 각각 50%, 53%인상했다.
이 같은 공식을 한국에 대입할 경우 카드 사용자의 평균 연회비 8775원을 31만662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람이 은행에 대출을 받아도 이자를 100% 갚아야 한다"면서 "카드 사용에 따른 이자 비용을 100%로 상정할 경우 약 31만원의 평균 연회비용을 갚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럴 경우 신용카드 이용금액과 신용카드 수수료는 각각 15조원, 1조원 줄어든다. 그 여파로 기업 전체 매출액과 일자리는 각각 93조원, 45만개 감소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라정주 원장은 "구매자가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이자비용을 카드 연회비 형태로 지불할 경우 판매자 신용카드 수수료 지불 부담은 줄어들지만, 매출액이 훨씬 더 많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의 개회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카드수수료도 일종의 시장가격인데, 정부가 공공요금 다루듯이 한다"면서 "결국에 카드수수료 인하는 일종의 포퓰리즘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카드수수료를 충분히 낮췄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은 다른 다른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연구세미나에서 패널 토론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황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