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공약급 개발 호재로 들썩거리는 서울 집값을 두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1년간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을만한 카드는 다 내놓은 상황이라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카드로 똘똘한 한채(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부담 확대가 거론되고 있는데 주택 사각지대에 있는 1주택자를 건드리는 꼴이라 정책 효과는 효과대로 못 느끼고 여론은 등지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결산 및 업무보고에 참석해 "주택시장 과열지역에 대해 안정화 대책을 지속하고 위축지역은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열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드러낸 것이다.
서울 집값은 지난 1년간 역대급 집값 잡기 규제에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0.45%로 2008년 4월 이후 주간 단위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달인 7월 0.37%에 비해서도 0.08%포인트 높다.
지난달부터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강북 1조원 투자 등 대선공약급 개발 호재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서울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수요가 더 몰리면서 집값 급등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가 대대적인 합동 단속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다. 공인중개업소들이 힘을 모아 정보를 공유하면서 단속반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도 전화 영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8.2대책이 서울 집값을 잡기는커녕 집중화로 인한 상승세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김 장관이 어떤 묘안의 대책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지 주목된다. 김 장관이 앞으로 내놓을 수 있는 규제 카드는 다섯개로 예상된다. 투기 지구 추가 지정, 고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혜택 축소, 고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재건축 연한 및 분담금 공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이다.
그러나 5개의 카드 중에서 정책 효력을 낼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음 주 발표 예정인 투기 지구 지정은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이나 세금을 규제한다고 해서 크게 시장이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재건축 연한을 늘리거나 분담금 규모를 공개하는 것 역시도 이미 시장에 선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효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 지역 중에서는 목동과 노원 등 여당 지역구가 많아 정책 실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분담금이나 공시가격 현실화도 국토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6월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 발표 이후 서울시 지가수준이 현실가격에 못 미쳐 과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지난달 박원순 시장 명의로 현재 국토부 장관이 가진 표준지공시지가 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지만 국토부는 이를 거절했다.
그나마 정책 실행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고가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대책인데 1주택자를 건드리는 꼴이라 당초 8.2부동산 대책의 취지인 서민 주거 안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로부터 양도세 혜택을 받아왔던 1주택자들의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돼 거래는 줄고 집값은 급등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양도세 혜택을 받았던 1주택자들의 부담이 커져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