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지상 最大의 쇼

[이규화 칼럼] 지상 最大의 쇼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입력: 2018-08-19 18:00
이규화 논설위원실장
[이규화 칼럼] 지상 最大의 쇼
이규화 논설위원실장
미신 망상 신화는 과학 사실 역사보다 전파력이 강한 경우가 간혹 있다. 전염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사회적 해악이 빤히 보이는데도 선의로 신념화된 정책은 워낙 자의적이어서 무당의 월도(月刀)가 획을 긋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무용하고 무미하며 무식하다.

그 무적의 정책 중 최강이 바로 '탈원전'이다. 그 어떤 과학·사실·역사에 이성·논리로 대적해도 요지부동이고 난공불락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지막지한 존재다. 그 완고함과 그것이 초래할 비용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주 원자력학회가 국민의 70% 이상이 원자력발전 이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폭염에도 냉방을 하려면 전기료에 '덜덜 떨어야 했던' 국민들이 탈원전의 선동에서 벗어나 원전의 진실을 알게됐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이 또 미신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이제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낭비다. 이번 일격이 '망상'의 성을 어느 정도 허물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답을 해야할 때가 곧 닥칠 것이다.

미신이나 신화 편향성의 문제를 얘기할 때 곧잘 '헤이케아 야포니카 게'의 사례를 든다. 일본 시모노세키 어부들은 어떤 게는 잡아도 놓아주고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 게는 등껍질이 험상궂은 사무라이 얼굴을 하고 있다. 어부들은 이 게에 오래 전 해전에서 수장된 헤이케 가문의 사무라이 혼령이 들어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어부들의 습속은 일군의 지식인들에 의해 그럴싸한 해석이 가미되면서 헤이케아 야포니카 게라는 신화로 만들어졌다. 수 세대 수백 년에 걸쳐 어부들의 행동이 반복되자 이 바다에는 헤이케아 게가 많아졌고 이름도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화가 진화로 둔갑한 것이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스토리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해 깨지게 되는데, 그는 사람의 뇌는 무작위적인 무늬에서 어떻게든 인간의 얼굴 모습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실 도킨스의 주장은 일상에서 손쉽게 확인되는 바다. 도킨스는 헤이케아 야포니카 게의 신화가 그럴 듯하지만 '지상 최대의 쇼'(진화)의 일원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탈원전의 망상과 헤이케아 야포니카 게의 미신은 같은 구조다. 어부들의 순수한 동정심을 깨뜨리려 달려드는 이는 흔치 않다. 어떤 미신이나 망상은 순수하고 선한 모습을 하고 있어 전파력과 생명력이 강하다. 무시무시한 방사능 누출 망상의 반대편에서 무궁무진하고 무해한 태양광 발전을 상상하는 일은, 완벽한 스토리 플롯을 가진 헤이케아 게 신화가 깨지지 않길 바라는 심리와 똑같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어부들이 게의 진실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과 같이 원전의 진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한다. 그러나 전설은 본색이 드러나면 무미건조한 지루함만 남는 법이다. 탈원전의 고집이 아무리 강하고 완고하더라도 또 선의로 신념화됐더라도, 전염원을 찾으면 치료는 의외로 쉬울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침수사고 등 그간의 원전 사고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가장 결정적 전염원은 가상의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일 것이다. 2016년 8월 경주 지진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영화는 개봉됐고, 공포심을 조장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탄핵 정국과 맞아떨어져 탈원전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등장했다.

고리1호기 이래 우리 원전은 40년 동안 단 한 건의 방사능 유출사고도 없었으며 단 1건의 인명 사고도 없었다. 동화를 깨지 않으려는 지식인들이 헤이케아 게 신화를 강화한 것처럼, 영화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미신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봉쇄해버렸다. 그러나 이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탈원전이란 망상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 국민들이 자각하고 있다. 원전은 '지상 최대의 쇼', 곧 진화하는 과학이다.

이규화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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