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트러스트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포럼] 인생 후반의 일자리로 부상한 NPO](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102102369660001[1].jpg "[포럼] 인생 후반의 일자리로 부상한 NPO")
그렇다면 NPO활동과 자원봉사(Volunteer)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은 100% 무보수활동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NPO활동은 약간의 보수를 받는 경우까지 포함시킨다. 시간당 적정 임금수준이 5000원인데 3000원을 받고 일을 한다면 그 차액에 해당하는 2000원 만큼은 자원봉사로 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원봉사라 하더라도 100% 무보수로는 오래 지속하기 어려우므로 교통비와 점심값 정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해 능력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장기간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업인구에 포함시킨다. 미국 전체 취업인구의 10% 정도가 200만개 정도의 NPO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1995년 고베지역 지진피해를 계기로 NPO활동 활성화의 중요성이 급속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진피해 복구과정에서 전통적인 공익법인들은 관료화된 조직의 성격, 정부규제 등으로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한 반면 풀뿌리NPO, 자원봉사 단체들은 눈부신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이 계기가 되어 일본의 정책당국, 학자, 정당, NPO관계자들이 비영리법인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1998년에 제정, 시행한 것이 특정비영리활동 촉진법 즉, NPO법이다. NPO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 의료, 복지, 교육 등 18개 분야에서 비영리활동을 하고자 할 경우 10명 이상의 참가자만 있으면 기본 재산이 없더라도 간단한 수속을 거쳐 특정 비영리 활동법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NPO가 법인격을 취득하게 되면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사회적인 신용도도 높아진다. 수탁사업, 정부보조금, 기부금 등을 받거나 공적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쉬워진다. 이런 이유로 금년 5월말 현재 이 법에 의해 법인 인증을 받은 NPO는 5만 2000개 정도에 이른다. 10여년 전부터는 정년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용창출 시장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의 일본인 지인 하타 조우지씨(72)는 일본 후지은행 국제영업부문에서 30년 일한 후 자동차부품업체 '산덴'의 DC형(종업원책임형) 퇴직연금 도입업무 담당부장으로 전직한 게 계기가 되어 퇴직연금교육 전문가가 되었다. 산덴에서 퇴직한 후에는 NPO법인 DC형 퇴직연금교육협회의 전무이사를 거쳐 현재는 NPO법인 푸르덴트퇴직연금연구소의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퇴직 직전에 DC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에 NPO법이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72세의 나이에 약간의 수입을 얻으면서 이런 보람있는 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하타씨는 말하고 있다.
국내에도 풀뿌리NPO 또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나영자씨는 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을 한 뒤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농협지점 2층에 '수다원'을 차렸다. 살고 있는 곳이 자연부락이 재개발된 동네라 문화, 교육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주민들에게 소통의 공간, 배움의 공간, 문화공간을 제공해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초기에는 주민들의 쉼터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현재는 마을주민들의 모임장소이면서 한글강좌, 동양화강좌, 독서모임을 하는 배움의 장소, 문화의 장소로 발전해 있다. 노인들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 바둑, 장기 등을 가르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농협지점장의 호의로 장소를 제공받고 필요경비 또한 사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농협본부와 구청에서 운용비를 지원해줄 정도로 발전했다. 자원봉사자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나영자씨 자신은 이 일을 통해 홀로 집을 지키는 외로움 대신 이웃과 함께 하는 기쁨을 얻었다고 한다.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조상현씨는 퇴임 후 3차례의 도전 끝에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상이군경회, 요양원 등 에서 이발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 통계직 공구원으로 퇴직한 권재구씨는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노인을 돌봐주는 이른바 노노케어 봉사를 하면서 약간의 수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이런 활동들이 전통적인 공익법인 보다는 풀뿌리NPO나 자원봉사 단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NPO활성화 정책 도입 이전의 일본 사정과 비슷하다. 국내에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한 NPO 활성화 정책이 도입되고 더 많은 NPO가 생겨 퇴직자들에게 의미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줄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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