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57) 먹는물 소동, 선동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657) 먹는물 소동, 선동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야
    입력: 2018-07-09 18:00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이덕환의 과학세상] (657) 먹는물 소동, 선동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야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수돗물 불신은 고질적인 면이 있다. 대구·경남 주민들이 또 공포에 떨었다. 이번에는 과불화옥탄산(PFOA), 과불화옥탄설폰산(PFOS), 과불화헥산설폰산(PHFxS) 등의 '과불화물' 때문이다. 1991년의 페놀, 1994년의 벤젠·톨루엔, 2006년의 과염소산(퍼클로레이트) 오염 사고를 기억하는 주민들의 입장이 몹시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환경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과불화물은 방수·방염 효과가 뛰어나서 코팅제·광택제·방수제·방염제 등으로 사용된다. 코팅제, 고어텍스, 건축외장재 등에 사용되는 테플론(PTFE) 합성의 촉매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과불화물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서 인체·환경 독성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물질이다. 과불화물을 사용하는 사업장도 많지 않다. 그래서 과불화물을 본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는 없다. 일부 국가에서 '권고' 수준의 느슨한 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불화물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환경에 배출된 후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불화물을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홀름협약에 따라 PFOS는 2009년에 POP로 분류됐고 PFOA는 2019년에 POP로 분류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도 과불화물(PFOS와 PFOA)에 대한 관리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환경부도 이런 국제적 동향에 따라 지난 5월 29일 과불화물에 대한 수질감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라돈과 함께 3종의 과불화물(PFOA, PFOS, PFHxS)을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해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과불화물을 '먹는물 수질기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 환경부의 계획이다.

환경과학원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2016년부터 실시했던 사전 모니터링의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모든 정수장에서 확인한 PFOS와 PFOA의 검출량은 충분히 낮은 수준이었고, PFHxS의 경우에도 일부 정수장에서 검출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22일부터 대구·부산의 일부 언론사들이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를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부산·대구의 검출량이 서울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했다. 정수장이 아니라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에서 측정한 결과까지 들고 나왔다. 발암물질·환경호르몬을 들먹이면서 끓이면 농축돼 오염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무책임한 전문가들이 발언도 주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섬유·염색 공장이 많은 낙동강의 오염이 한강보다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낙동강의 과불화물 오염이 정말 심각한 것은 아니다. 가장 심하게 오염된 경우에도 리터당 500 나노그램(밀리그램의 백만 분의 1)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인체 위해성을 걱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양이다. 물을 끓인다고 과불화물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불화물이 발암물질이라는 일부 보도도 지나친 과장이다. 과불화물 중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분류'에 등재된 것은 과불화옥탄산(PFOA)뿐이다. 그나마도 인체·동물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발암물질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2B군이다. 장아찌, 오이지, 김치와 같은 아시아식 절임야채도 2B군으로 분류된다. 과불화물이 환경호르몬이라는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환경부 수질관리에 대한 언론의 감시는 매우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로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제 동향에 따른 환경부의 선제적 노력까지 폄하할 이유도 없다. 물론 환경부에 대한 불신은 환경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미 배출된 과불화물의 저감보다 산업현장의 폐수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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