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사에
미 "항해자유 보장 준비… 원유가 내려라"
WTI 선물 75달러 돌파…유가불안 지속
미 "항해자유 보장 준비… 원유가 내려라"
WTI 선물 75달러 돌파…유가불안 지속
[디지털타임스 윤선영 기자]이란 정부가 걸프해역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핵 합의 탈퇴와 이란 경제 제재로 불거진 갈등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저널리스트클럽(YJC) 웹사이트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이란 최정예부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이스마일 코사리 사령관은 4일(현지시간)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 압박을 지속할 경우 다른 중동 산유국도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연결하는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주요 석유 수출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세계 원유 시장은 공급 부족에 의한 유가 상승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2012년에는 유럽연합(EU)의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법률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상 봉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없어 이번 위협 역시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이 해상 봉쇄를 위협하자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인 빌 어반 대위는 이날 AP통신을 통해 "미 해군과 지역 동맹국들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곳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현재 체결된 핵 합의는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에 부족하다며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중국, 인도 등에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석유 증산 압박을 가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방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얘기를 나눴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혼란과 장애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의 원유 생산을 대략 200만 배럴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그에게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사우디는 그 정도 양을 일시에 증산할 능력이 없을뿐더러 미국은 사실상 사우디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OPEC(석유수출국기구) 독점가들은 기름값이 올라가고 있는데 자신들은 도움이 되는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산유국들에 유가 인하를 재차 압박했다. 특히 그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면서 알파벳 대문자로 "지금 가격을 낮춰라"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는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분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4.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 선물 가격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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