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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서독의 평화교류 벤치마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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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론] 동서독의 평화교류 벤치마킹하자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지난 4월27일은 우리 모두에게 기억되는 인생일이 될 것 같다. 70여년의 분단 세월 동안 기대하지 못하던 일들이 2018년 봄 어느 하루 낮과 밤에 판문점에서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핵위협의 해소와 남북 긴장 완화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통일의 가능성까지 희망하기 시작하고 있다. 통일이란 엄청난 사건은 현재는 요원해 보이지만 결국 한반도의 궁극적 평화가 통일을 달성하는 것으로 완성될 것이기에 봄날의 꿈같더라도 지금 통일을 꿈꿔 보자. 적어도 통일의 전제조건인 평화교류를 이야기 해보자.

필자는 지난 금요일 남북 정상의 공동 발표를 TV로 지켜보면서 19년전인 1989년 가을 어느 날을 회상하게 됐다. 필자는 당시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터키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독일 출신 아는 교수로부터 남북한도 곧 통일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당시 경험이 새파랗게 부족한 20대 후반이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은 요원할 것 같았기에 가까운 장래에는 통일이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하자, 그 교수는 자기는 뉴밀레니엄인 2000년이 되기 전에 한반도가 통일될 것이라는데 10달러를 걸겠다고 필자와 내기를 걸었던 기억이다.

20년전 통일이 이뤄진 독일을 들여다보자. 독일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점령국들에게서 주권이 회복되는 1955년 이후에 서로 다른 체제의 국가가 탄생하면서 분단이 고착됐었다. 독일의 분단은 베를린 장벽조차도 분단 직후가 아닌 1961년부터 쌓기 시작한 점진적인 분단이었다. 또한 동서독 간에는 한반도와는 달리 동족간의 전쟁의 경험이 없어 크고 뜨거운 상처가 없는 분단이었다.


분단 과정도 차이가 나지만 통일 이전의 평화교류 역시 현재의 한반도와는 아주 다른 양상이었다. 동서독의 평화교류 과정을 보려면 1969년부터 시작된 서독의 동방정책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 동방정책은 그 전까지 서독정부가 동독을 승인하는 국가와는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할슈타일 원칙을 포기하고 동독을 인정하면서 1987년까지 15년간 34차례의 협상을 통해 과학 기술, 문화, 환경 등에 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동서독간 민간인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 것이 핵심이다. 동독과 서독 국민들 간에는 통일이전에 평화적인 민간 교류가 정말 활발했다. 동방정책이 시작되기 이전인 1969년까지는 동서독간에는 34개의 전화회선만 설치됐던 것이 1529개 회선으로 늘어났고, 거의 없던 우편 교류도 1976년 3월 우편통신 협정의 체결로 서신이 2억통, 소포가 3600만건 교환됐다. 우편통신 같은 소식이나 정보의 교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스포츠, 문화예술, 교육, 환경분야의 교류도 활발했다.
독일의 평화교류에는 약간의 운도 도와준 것 같다. 예를 들면 동방정책 이전에도 동서독간의 TV 송출 방식이 다행이도 같은 PAL 방식이어서 평화교류에 큰 도움이었다는 평가이다. 즉, 동베를린이나 서독 국경에서 멀지 않은 동독 지역에서 서독의 TV 시청이 가능하였기에 동독국민들은 서독의 분데스리가 축구도 보고 뉴스나 자본주의 상품광고까지도 볼 수 있었음은 독일 국민들의 상호 이해와 평화 교류에 큰 도움을 줬다. 또한 독일의 평화교류는 국민들간의 활발한 상호방문이라는 결정적 수단이 매우 유효했다는 평가이다. 동서독 관계가 정상화된 1972년 이후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전후에는 양측의 국민들이 활발하게 상호방문을 할 수 있었기에 연 평균 150만명 (동독인)에서 600만명 (서독인)이 친지방문 등으로 상대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국민간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했었다. 자신이 직접 방문해 숙박하면서 가족과 친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상으로 국민들이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비핵화, 종전 및 평화 협정, 철도/도로/전력 등 인프라 지원, 개성공단 재개 등 앞으로 기대되는 남북 화해 무드에 국민적 기대가 크다. 하지만 동서독이 20년 이상 긴 세월 동안 추진해온 평화교류를 들여다보면 한반도의 봄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고,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지침없이 진행돼야 할 것 같다. 동서독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듯이, 또한 동서독 교류처럼 민간교류의 폭과 깊이가 대폭 확대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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