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은행 내년출범 추진
특화은행 설립은 중장기 과제로
"은산분리 발목 그대로" 냉소적
특화은행 설립은 중장기 과제로
"은산분리 발목 그대로" 냉소적
금융위원회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독점했던 금융사 진입정책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업 인가단위를 세분화해 출범시키려 했던 특화은행 설립은 일단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2일 금융위는 김용범 부위원장이 주재한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TF 마무리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업권별 진입규제를 전면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만이다. 금융위는 "금융사 진입규제를 완화해 금융산업 경쟁을 촉발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산업경쟁도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금융산업 경쟁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신규 진입정책을 결정하기로 했다. 과거 감독 당국 전유물로 여겨지던 금융사 진입정책을 민간에 맡겨 객관성·공정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평가위는 금융소비자 분야와 학계·연구기관, 금융·산업계 민간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다. 매년 주기적으로 평가위원회를 열고 논의 결과는 공개한다.
금융당국은 평가위를 즉시 구성해 업권별 산업현황을 분석할 예정이다. 보험·부동산신탁업을 우선 점검한 후 은행 등 타 업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이 2%대 예·적금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큰 변화가 감지된 만큼, 추가 사업자 선정을 통해 정체된 금융시장에 변화를 불어 넣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내년쯤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초 최종구 위원장이 밝힌 기업금융 전문은행이나 고액 자산가 전용의 프라이빗뱅크(PB) 등과 같은 특화은행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신규 금융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히 구분하는 '은산분리' 규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제3 인터넷은행 사업자 추가 선정이나 특화은행 허가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경쟁력 있는 신규 금융사가 출범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산업자본 시장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의견이다.
실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케이뱅크는 1년 동안 총 거래액이 2조원을 넘어섰지만 자본확충을 가로막는 은산분리 장벽에 막혀 신규 상품개발, 제도권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달 출범 1주년 설명회에서 "신상품을 적시에 내놓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이 증자 때문"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에 해당하는 2900억원 보다 적은 1860억원만 출자하겠다고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도 금융위는 업계가 요구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국회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추진되고 인가를 내준 것"이라면서도 "은산분리 완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현행법 내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다면 추가 인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정 등으로 특화은행 설립이 쉽지 않아 인터넷은행, 특화은행 허가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시장 신규 진입을 위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규제를 방치하고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기자 ea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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