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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 경제지원 서두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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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북한 경제지원 서두를 일 아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남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내는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설계에 합의한 것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에 못지 않게 우려도 크다는 점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려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랐던 우리가 1990년 독일의 통일을 지켜보면서 부러워했던 것도 벌써 28년이 흘렀다. 6.25전쟁의 상처는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고,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국제적 위기는 북한의 전쟁 위협을 새삼 일깨웠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의 긴장을 해소하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갖는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완화되고, 완전한 비핵화가 실천되고, 나아가 통일로 크게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회담 뒤에 북한과의 숨은 거래는 없었는지, 정말 북한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과거의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켰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에 이용돼 현재의 위기상황을 초래하게 됐다는 점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의 남북관계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 및 획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경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된 내용들은 북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들로 보기 어렵다. 특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 목표의 확인 등 원칙적인 이야기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무하다.


물론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들이 남북한 정상회담이 아닌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이나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희망했던 것을 생각하면, 북한의 비핵화 조건과 방식 및 그에 대한 반대급부 등은 미국과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뒤에 나왔던 6.15공동선언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결과를 정리했던 10.4남북공동선언이 나왔던 것에 비교할 때, 판문점 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로 하는 등 구체적 진전을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평화협정이 체결된 것은 아니며, 체결된 이후에 북한의 군사도발이 전혀 없을 것인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한의 핵개발 완전 포기와 핵무기 폐기가 객관적으로 확인되기 전에는-과거 북한 경수로 건설 지원의 경우처럼- 북한의 말바꾸기에 대한 경각심을 낮춰서는 안 될 것이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서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체제를 위협함으로써 북한의 극단적인 선택을 종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것이지만,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해 이용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과거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의 결실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건강한 씨앗인지, 병충해를 잘 방지하면서 얼마나 잘 키워내는지에 따라 우리가 미래에 거두게 될 열매(남북한의 평화, 교류·협력, 공동번영, 그리고 통일)는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전략전술에 이용됐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에 기초한 합리적인 남북한 대화의 진행,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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