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 발표
한국은행이 22일 낸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루고 노동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의 실업률은 2.8%로 자연실업률(3.6%)을 크게 하회했고, 올해 들어 2% 중반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됐다. 노동 수급여건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과 충원되지 않은 일자리수를 나타내는 결원율은 지난해 각각 1.5배, 4.2%까지 상승했다.
기업의 체감 고용사정도 더욱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판단업황지수가 2013년 3월 인력부족 구간인 마이너스에 진입한 이후 올해 3월에는 -34%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반면 임금상승은 부진하다. 명목임금은 2009년 3.9% 하락한 후 2010~2017년까지 8년간 연평균 0.1% 상승에 그치면서 금융위기(2007년) 이전의 96%에 불과했다.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미국, 독일 등의 실질임금이 2000년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과 달리 일본은 하락세다.
한은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여성, 노년층, 외국인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해 임금상승에 제약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여성 및 노년층 비중은 2000년 각각 40.8%, 7.5%에서 2017년 43.8%, 12.4%로 상승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2008년 0.8%에서 2017년 2.0%로 2배 이상 늘었지만 대부분 저임금, 단순기능직이었다.
또 1인당 노동시간 감소 및 정년연장도 임금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2017년 중 전체 취업자는 3.7% 증가했으나 1인당 노동시간이 2.2% 감소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줄었다. 기업들은 정부의 정년연장 조치에 따라 중장년층의 신규 고용이나 임금 상승을 억제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조 조직률이 줄어들면서 노동자 협상력이 악화된 점도 임금 인상을 저해했다. 노조 조직률은 2000년 21.5%에서 2017년 17.1%로 떨어졌고, 쟁의 건수도 같은 기간 동안 958건에서 391건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임금상승 부진이 아베노믹스의 낙수효과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것을 저해했다"며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임금인상보다 주주배당 또는 사내유보로 이어지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돼 총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 완화 등으로 임금상승 부진을 해소할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저임금, 비정규직 위주로 고용이 확대되고 노동 생산성 개선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