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자리, 세금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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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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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자리, 세금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바늘로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찌르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허튼 우스갯소리지만 그 방법은 옳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어떤 정책이든 바늘로 코끼리 죽이려는 것과 같은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

정부는 얼마 전 청년실업문제를 풀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3년간 3000만원을 만들어 주고 청년취업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원 재원은 물론 세금이다. 이런 3~5년 시한부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꺼낸 정책도 임금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민간기업의 임금을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것 자체는 전례 없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또 다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카드를 꺼낸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생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데 어떻게 기다릴 수 있느냐고 할 게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기본을 생각해야 한다. 청년들의 취업을 내세워 고비용 저효율의 덫에 빠진 좀비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그런 기업의 연명을 도울 뿐 효과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일자리 바탕이 벤처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왜 눈을 돌리지 않는가.

정부는 지난 해 11조원의 추경으로 11만개 일자리 만들겠고 했지만 직접 일자리는 6만 7000개에 그쳤다. 더욱이 그 절반이 '60~65세 알바'였다. 추경의 효과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필요하다며 또 다시 추경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편성이 연례행사인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는 건 정도가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꼬인 매듭을 푸는 일이다. 그런 게 정책이다. 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공공기관을 비롯해서 공무원을 늘이는 것은 일자리해법이 아니다. 2017년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1500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원인은 장차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줘야 할 돈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는 거덜 난다. 그런데도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게 옳은 일인가. 정권의 임기는 유한하다. 임기동안만 좋으면 좋은 게 아니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책을 펴는 게 정권의 역사적 책무다.

근로시간 단축도 성급했고 문제투성이다. 어느새 우리사회는 발전의 피로가 쌓였는지 근로의욕은 상실돼가고 더욱이 제도적으로 일을 못하게 한다. 일감이 몰릴 때는 많이 일하고 일감이 없을 때는 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로 제한돼있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면 이를 3개월 안에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따라 계절 또는 시기별로 일감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탄력근로제를 6개월 또는 1년으로 허용, 연간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하지 못할 까닭이 있는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공부시간을 제한한다면 어떨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자동화를 서둔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책의도였는지 모르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차가 말을 끌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서둘 일은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와 노동시장개혁이다. 미국과 일본의 예를 보라. 이런 뻔한 해법을 외면하고 엉뚱한 곳을 두드리며 일자리타령을 한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그렇게 단추를 계속 끼워 가면 복지수요는 팽창하고 곳간은 비게 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하지만 즉석 불고기식 정책을 접어야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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