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락경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포럼] 퀄리티 스타트업, 대학에서 길을 찾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0802102251607002[1].jpg "[포럼] 퀄리티 스타트업, 대학에서 길을 찾자")
퀄리티 스타트업(quality startup). 창업 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지나 본격 성장(scale-up) 단계에 도달한 경우라고 정의한다면,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을 구축하는데 기여한 창업팀의 공헌도가 어떠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퀄리티 스타트업의 요건은 무엇일까. 스타트업의 성패도 기회와 역량의 적절한 조합에 달려있음은 예외일 수 없다. 고객의 니즈에 기반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자신의 역량으로 실현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함은 이미 수많은 창업 사례가 증언하고 있다.
위에서 말하는 역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근 창업지원정책의 흐름을 중심으로 검토해보자. 창업 활성화의 목표는 '4차 산업혁명'이라 상징되는 기술과 시장의 대변혁의 틀 안에서 새로운 기업군의 등장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과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새로운 기업이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에 앞장서는 소위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집단을 말한다.
얼마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개최한 일자리창출 선포식에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전체기업의 1~10%인 고성장기술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45~74%를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4%의 벤처기업이 60%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자료를 인용해 연구 성과에 기반한 실험실 일자리 창출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의 경우 5년 내 기술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일반 창업기업의 27% 대비 월등히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혁신형 기술창업 기업의 평균 고용규모는 9.5명으로 전체 창업기업의 평균 3.2명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MIT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Innovation initiative)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는 질 좋은 창업의 성장에서 만들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양적인 창업 확대가 아닌 질적인 창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본 연구보고서의 요지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양적평가 중심의 창업지원정책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기술기반 스타트업과 생계형 소자본창업을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자칫 이러한 이분법적 관점이 기술중심 스타트업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신뢰와 거품을 낳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기술은 사업 역량을 구성하는 한 부분에 불과하고 이 또한 고객의 절실한 수요에 기반한 사업기회와 연결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위하여 대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첫째, 스타트업의 핵심가치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인만큼 이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창업가로서 균형잡힌 시각과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여러 공학분야의 기술중심 융복합과정에서 한단계 발전해 다양한 차원의 기술과 잠재시장을 연계하는 관점에서 설계된 현장중심, 실습(practice)형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가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 육성(accelerating)하기보다는 예비 창업인력의 사업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이들을 외부의 전문가 그룹과 연결(connecting)하는 역할에 더 비중을 둠으로써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퀄리티 스타트업, 다시 말해 준비되고 강한 생명력과 DNA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변화의 격량 속에서도 시장과 고객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고 꾸준히 앞서 나아가는 실천적 역량을 갖고 있다. 모두가 열광하는 유망산업은 있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유망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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