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경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권대경 칼럼] 취업정책 `돌팔이 의사` 안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2302102251051001[1].jpg "[권대경 칼럼] 취업정책 `돌팔이 의사` 안되려면")
그 동안 물가나 생산, 소비, 수출 등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집계하는 공식 경제 지표가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2%대 안팎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하소연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추석 성수품 가격은 10년 전인 2006년 보다 적게는 40.7%에서 많게는 54.6%까지 치솟았다. 오징어와 토마토는 지난해보다 각각 63.7%와 35.9% 가격이 올랐고 양파도 33.5%나 뛰었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이들 식재료는 서민들이 많이 찾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같은 비용의 장바구니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는 주부들의 외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고용 지표도 다를 바 없다. 고용 현장에서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느끼는 상황은 정부가 지표로서 파악하고 있는 현실과는 굉장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무원 학원들이 밀집한 노량진만 찾아가도 새벽부터 학원으로 뛰어가는 취준생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해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은 늘지만 정작 취업에 성공해 나가는 이는 주변에서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정확한가이다. 공식 지표와 함께 현장 상황을 당국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유효적절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난 정부의 인식은 다소 우려스럽다. 지난주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의 고용통계 관련 접근 방식이 걱정스럽다"며 8월 취업자수 감소의 원인이 잦은 강수와 기상 조건이라고 밝힌 대목을 도마에 올렸다. 황수경 통계청장은 "건설 부문의 임시직과 일용직이 많이 빠졌다"고 날씨 영향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했다. 추 의원은 "2013년에는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줄었고 2014년은 강수량이 늘었음에도 고용이 증가했다"며 "비라도 내리지 않게 제사라도 지내야 하느냐"고 따졌다. 정부의 이런 인식은 마치 환자가 골절상으로 병원에 실려왔는데 의사는 단순 타박상으로 진단해 처치하는 오진을 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고용 시장이 너무 심각하다.
통계청은 조만간 산업 소분류별 지속·신규·대체·소멸 일자리 내용을 담은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 동향 통계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18일에는 일자리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일자리 대책들로 가득 채워졌다. 앞서 정부는 11조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현재는 집행률이 80%를 넘어서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춘 경제정책방향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수 많은 처방이 아픈 우리 경제에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경제가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부터 정확하게 파악을 해 봤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현장 점검이라는 미명하에 잘 정돈된 정부 지원 취업 훈련 시설만 찾지 말고, 노량진 학원가나 신림동 고시촌 또는 지방 소재 대학을 돌면서 아픈 청춘들로부터 따끔한 질타를 받고 때로는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돌팔이 의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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