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막연한 공시 경영에 부담"
3사 민원으로 갑자기 들어간 조항
여야 '조건부 거래'로 법안 통과
"정치싸움에 소비자만 피해" 비난
3사 민원으로 갑자기 들어간 조항
여야 '조건부 거래'로 법안 통과
"정치싸움에 소비자만 피해" 비난
보조금 상한제ㆍ분리공시 미스터리(하)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지난 1일부터 일몰 폐지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도'가 이동통신 3사와 국회의 '짬짜미'로 이뤄진 규정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정치 다툼과 기업의 로비 때문에 지난 3년간 애먼 소비자만 단말기를 비싼 가격에 구매했던 셈이다.
10일 국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일몰 폐지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정부의 묵과 아래 통신 3사가 국회에 '로비'를 해서 들어간 조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13~2014년 당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직접 처리한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복수 의원실 관계자들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통신 3사가 국회 입법조사관과 수석 전문위원 등을 찾아가 '캡(상한선)'을 씌워 달라고 민원을 넣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확인했다. 당시 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미래창조과학부 실무자는 "처음 법안 작업을 할 때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같은 내용은 전혀 없었다. 나중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끼어 들어간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제정 배경은 이렇다. 당시 청와대는 갤럭시 17만원 사태 등 불법 보조금 대란을 보고 받고 이용자 차별을 금지할 수 있도록 통신사를 강력히 규제할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가 법안 초안을 작성했고, 이를 미방위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실제 조 의원이 2013년 5월 27일 대표 발의한 단통법 초안의 핵심 내용은 법안 제3조와 4조에 명시돼 있다. 단통법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서는 지원금 지급 내역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공시하라고 규정했으며, 공시 지원금을 초과해 차별적으로 지급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그런데 1년 후 위원장 대안으로 발의된 단통법 안은 4조의 내용이 변경됐다. '과다 지급'을 제한하고 방통위가 지원금 상한액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것이 3년째 이행되다가 이달 초 폐지된 지원금 상한제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 단통법 처리에 직접 참여했던 A의원실 보좌진은 "당시 통신 3사 CR(대외협력) 임원들이 '지원금을 막연히 공시하도록 하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면서 '캡'을 만들어 달라고 수십 차례 국회에 민원을 넣었다"면서 "일부 여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이를 수용했고, 정부(미래부와 방통위) 실무자들도 매일 의원실을 찾아와 상한제를 포함한 단통법 처리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회는 국정원 대선 개입 등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상임위가 파행을 겪던 시기여서 사실 단통법 세부 사항에 대해 신경 쓰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야당(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방송 정상화를 기치로 KBS 사장 임명 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자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면서 "결국 상한제를 넣은 단통법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KBS 사장 인사청문회를 받기로 '바터(조건부 거래)'를 치면서 법이 순식간에 통과됐다"고 말했다. 같이 참여했던 B의원실 보좌진도 "사실 단통법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 소위 회의록만 봐도 단통법이나 상한제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단통법 초안에는 상한제 내용이 없었는데, 앞서 일부 의원이 발의해 계류돼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두고 감독 당국이 이를 감시하도록 한 내용을 단통법에 병합시켜 처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안정상 민주당 전문위원은 30만원이라는 상한선이 소비자에게 불합리하다며 이를 50만원으로 높이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 자체가 불발되고 30만원 상한선이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이 결과로 지난달 15일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의 경우 출고가가 109만4500원에 달하는데도 공시 지원금은 월 11만원 요금제를 선택할 때 26만5000원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달 초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아직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에 주는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이와 관련 통신정책 전문가는 "단말기 지원금이라는 것이 사실 통신사의 돈이 아니다. 제조사에서 통신사에게 마케팅 비용으로 주는 것인데, 여기에 상한 캡을 씌워놨으니 통신사는 지난 3년간 매 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지원금 상한제는 '경쟁'이라는 가장 강력한 시장 무기를 법률로 제한해버린 최악의 규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지난 1일부터 일몰 폐지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도'가 이동통신 3사와 국회의 '짬짜미'로 이뤄진 규정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정치 다툼과 기업의 로비 때문에 지난 3년간 애먼 소비자만 단말기를 비싼 가격에 구매했던 셈이다.
10일 국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일몰 폐지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정부의 묵과 아래 통신 3사가 국회에 '로비'를 해서 들어간 조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13~2014년 당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직접 처리한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복수 의원실 관계자들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통신 3사가 국회 입법조사관과 수석 전문위원 등을 찾아가 '캡(상한선)'을 씌워 달라고 민원을 넣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확인했다. 당시 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미래창조과학부 실무자는 "처음 법안 작업을 할 때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같은 내용은 전혀 없었다. 나중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끼어 들어간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제정 배경은 이렇다. 당시 청와대는 갤럭시 17만원 사태 등 불법 보조금 대란을 보고 받고 이용자 차별을 금지할 수 있도록 통신사를 강력히 규제할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가 법안 초안을 작성했고, 이를 미방위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실제 조 의원이 2013년 5월 27일 대표 발의한 단통법 초안의 핵심 내용은 법안 제3조와 4조에 명시돼 있다. 단통법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서는 지원금 지급 내역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공시하라고 규정했으며, 공시 지원금을 초과해 차별적으로 지급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그런데 1년 후 위원장 대안으로 발의된 단통법 안은 4조의 내용이 변경됐다. '과다 지급'을 제한하고 방통위가 지원금 상한액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것이 3년째 이행되다가 이달 초 폐지된 지원금 상한제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 단통법 처리에 직접 참여했던 A의원실 보좌진은 "당시 통신 3사 CR(대외협력) 임원들이 '지원금을 막연히 공시하도록 하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면서 '캡'을 만들어 달라고 수십 차례 국회에 민원을 넣었다"면서 "일부 여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이를 수용했고, 정부(미래부와 방통위) 실무자들도 매일 의원실을 찾아와 상한제를 포함한 단통법 처리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회는 국정원 대선 개입 등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상임위가 파행을 겪던 시기여서 사실 단통법 세부 사항에 대해 신경 쓰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야당(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방송 정상화를 기치로 KBS 사장 임명 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자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면서 "결국 상한제를 넣은 단통법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KBS 사장 인사청문회를 받기로 '바터(조건부 거래)'를 치면서 법이 순식간에 통과됐다"고 말했다. 같이 참여했던 B의원실 보좌진도 "사실 단통법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 소위 회의록만 봐도 단통법이나 상한제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단통법 초안에는 상한제 내용이 없었는데, 앞서 일부 의원이 발의해 계류돼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두고 감독 당국이 이를 감시하도록 한 내용을 단통법에 병합시켜 처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안정상 민주당 전문위원은 30만원이라는 상한선이 소비자에게 불합리하다며 이를 50만원으로 높이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 자체가 불발되고 30만원 상한선이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이 결과로 지난달 15일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의 경우 출고가가 109만4500원에 달하는데도 공시 지원금은 월 11만원 요금제를 선택할 때 26만5000원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달 초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아직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에 주는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이와 관련 통신정책 전문가는 "단말기 지원금이라는 것이 사실 통신사의 돈이 아니다. 제조사에서 통신사에게 마케팅 비용으로 주는 것인데, 여기에 상한 캡을 씌워놨으니 통신사는 지난 3년간 매 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지원금 상한제는 '경쟁'이라는 가장 강력한 시장 무기를 법률로 제한해버린 최악의 규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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