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친환경차 200만대 목표
전기차보조금으로 달성 어려워
탄소배출량 감축에 의무판매까지
업계 "두개 규제 시행 격" 우려
전기차보조금으로 달성 어려워
탄소배출량 감축에 의무판매까지
업계 "두개 규제 시행 격" 우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부가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도입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이미 시행 중인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감축 등 관련 법규와 상충하는 '이중규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만으로는 현재 정부가 내세운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결국 의무 판매제가 도입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업계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량의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의무 판매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당국도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긍정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3개월째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자동차 제조판매사에 일정 비율 이상의 차량을 저공해차로 판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5년마다 장기 의무 판매비율을 정해 고시하고 실적이 미비하거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개정안 발의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우려를 표하더라도 환경부 입장에선 세계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먼저 시행했고, 현재 9개 주가 이를 토대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중국 역시 2019년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은 노르웨이,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법안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의무판매제도는 도입하지 않았다.
이처럼 아직 세계적으로도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가 흔치 않은 제도임에도 정부가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유는 친환경차 보급 목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앞으로 5년 내 국내 친환경차 보급 대수를 기존보다 7배 늘린 200만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1만여대 수준의 전기차를 35만대로 늘리고, 수소차 100여대는 1만5000대로, 23만8000대 가량인 하이브리드차는 163만50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적용중인 자동차 제조사에 적용 중인 온실가스 허용 기준 강화 규제가 친환경차 의무판매제와 비슷해 이중규제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자동차 제작업체가 연간 판매한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 허용 기준을 1㎞당 127g에서 2020년까지 97g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배출 기준이 가장 엄격한 유럽연합의 목표치(2020년까지 95g)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규제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기준 초과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지난해 1g당 1만원씩 곱해 산정하는 것에서 올해는 3만원, 2020년부터는 5만원으로 오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무공해차인 전기차를 판매하면 이 기준을 만족하는 내연기관차 3대 정도를 판매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까지 도입하면 결국 같은 목적을 위해 두 개의 규제를 시행하는 격이 된다"고 말했다.국내에서 전기차는 지난해 보급 5년 만에 겨우 1만대 문턱을 넘었다.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현 추세라면 전기차 35만대 보급이라는 목표를 5년 내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위원은 "승용차 외에 버스와 트럭 등의 차량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단순 보조금으로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보조금 역시 앞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환경부는 현재 전기차에 대당 14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재정 상황을 고려해 보조금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만원 낮은 대당 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부 예산안이 잡혀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지급했던 100만원 지원금도 50만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정부 보조금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배터리 가격은 5년 뒤에나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웅범 LG화학 사장은 지난달 27일 '인터배터리 2017' 기조연설에서 "오는 2022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30~50%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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