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지수상승·투자 외면 탓
기관·외인 거래비율 11% 불과
"거래소 가기전 대기소" 탄식도
셀트리온 등 몸집키운 우량주
코스피 이전땐 위상추락 우려
상장사들 투자유치 난항 예고
기관·외인 거래비율 11% 불과
"거래소 가기전 대기소" 탄식도
셀트리온 등 몸집키운 우량주
코스피 이전땐 위상추락 우려
상장사들 투자유치 난항 예고
이슈분석, 코스닥 살아야 중소ㆍ벤처기업 산다
(상) 줄잇는 대형주 이탈
기술주 중심의 중기벤처 육성을 위해 지난 1996년 개설한 코스닥 시장이 우량 기업들의 연이은 이탈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그동안 코스닥 시장을 대표해 온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한데 이어, 최근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까지 거론되면서, 코스닥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오는 29일 셀트리온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을 최종 결정한 방침인 가운데, 한국거래소 내부는 물론 벤처업계 일각에서 기술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시장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직접 셀트리온 측에 잔류를 설득하고 새로운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 개발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고 시장이 큰 코스피로 이전하려는 소액주주들의 세 결집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코스닥 잔류는 비관적이다.
코스닥 시장은 특히 올해들어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코스피로 전격적으로 이전한데 이어, 1위인 셀트리온까지 이전키로 하면서, '마이너리그', '2부리그'라는 이미지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코스닥은 세계 벤처산업의 출발점이 된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나스닥은 정보기술(IT) 중심의 글로벌 벤처기업들이 시장진입이 수월하고 자본확보가 용이한 나스닥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 인터넷, 정보통신, 바이오 등 최첨단 기술주들의 중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프런티어 기업들이 여전히 나스닥 시장을 견인하고, 또 이들 기업들이 신생 창업기업들에 재투자하면서 '창업-나스닥 기업공개(IPO)-재투자' 라는 투자의 선순환을 정착시켰다.
반면, 90년대 벤처, 중기 육성이라는 모토로 출발한 코스닥은 대형주들의 잇따른 이탈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본래 코스닥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심지어 거래소 내부에서도 코스닥은 코스피로 이전하기 위한 업체들의 '대기소'라는 자조적인 탄식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닥에서 성장한 우량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지수 상승, 이로 인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낮은 참여율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비율은 11%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력을 갖춘 기관투자가나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탈하면서, 향후 제2, 제3의 카카오, 셀트리온이 양산될 것이란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코스닥 상위 기업의 이탈이 계속되면 코스닥에 남은 상장사들의 시장 수급 상황이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 카카오, 셀트리온을 꿈꾸며 매년 코스닥 시장에 입문하는 60~100여개에 달하는 중기 벤처들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을 직접 만나보면 아직도 이들은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꿈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카카오, 셀트리온 등 코스닥에서 규모를 키운 기업들이 지금처럼 계속 코스피로 이탈할 경우, 코스닥의 위상은 계속 추락할 수 밖에 없고, 이후 상장사들의 투자유치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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