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
투구수·자책점 줄이고… 구속 145km로 빨라져
LG 임찬규
실점 7점 '짠물투구'… 사사구 3개 이내로 막아
기아 임기영
다승 공동 4위·평균 자책점 3위 '마운드 기대주'
투구수·자책점 줄이고… 구속 145km로 빨라져
LG 임찬규
실점 7점 '짠물투구'… 사사구 3개 이내로 막아
기아 임기영
다승 공동 4위·평균 자책점 3위 '마운드 기대주'
연합뉴스
류현진을 필두로 김광현, 윤석민 등 한국 프로야구는 선발 투수에 대한 걱정을 잊고 살던 시절이 있었지다. 하지만 이후 수년째 기대할만한 특급 선발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각 팀은 신인 선발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최근 서서히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다.
◇ 롯데 박세웅= 지난 2015년 롯데와 kt 간 9명의 선수를 주고받은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은 매년 자신의 잠재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시즌 후반이 갈수록 체력 문제를 보이며 순간적으로 무너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9경기에 선발 출장해 55와 3분의2 이닝을 던지며 매 등판마다 6이닝 이상을 착실히 소화했다. 프로 데뷔 이후 1.60으로 높았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을 1.10으로 낮춰, 애초에 주자를 적게 내보내며 본인 투구 수와 평균 자책점까지 확 줄였다. 덕분에 통산 5를 넘어서는 평균자책점이 올해는 1.78에 불과하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2.84다. 리그 평균의 다른 투수에 비해 박세웅을 기용했을 때 혼자 힘으로 팀에 3승을 더해준다는 뜻이다.
박세웅은 직구 구속도 2~3km 빨라져 145를 넘나들게 됐다. 김원형 투수코치의 가르침 아래 커브를 새로운 무기로 장착해 완급 조절하는 노련미까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도 도망 다니기 보다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지는 모습은 박세웅을 올 시즌 단 하나의 홈런도 내주지 않은 유일한 투수로 만들었다. 롯데 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안경 쓴 에이스의 재림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 올 시즌 박세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LG 임찬규= 데뷔 시즌부터 당찬 신인이란 소릴 들어왔던 임찬규가 드디어 팀 내 주축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임찬규를 선발 로테이션 주축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의 이탈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수 중 한 명이 임찬규에 걸린 기대치였다.
임찬규는 올 시즌 8경기에 선발 등판해 46과 3분의1 이닝을 던지며 평균 자책점 1.36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찍어내고 있다. 선발 3년 차인 박세웅에 비해 이닝 수에서는 조금 밀리지만 실점이 7점에 불과할 정도로 짠물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더 눈여겨볼 점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즌 초 연패를 당할 때 임찬규는 사사구를 6개씩 내줬다. 매 이닝 공짜로 주자를 내보내다 보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4월 21일 기아 전에서 사사구 1개만 내주며, 5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경기에서 사사구 3개 이내로 막아내며, 6~7이닝을 소화해주는 복덩이로 변모했다. 이 기간 동안 WHIP는 1점 아래를 유지했으며, 평균자책점 역시 1점대를 유지했다. LG 팬들이 허프의 길고 긴 공백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굴러온 복덩이 임찬규의 역할이 컸다.
◇ 기아 임기영= 임기영은 올 시즌 기아가 선보인 히트작이다. 임기영은 2014년 한화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에도 유망주로 평가받긴 했지만, 한화에서 3시즌 간 41경기에 출전해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4로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적하자마자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친 임기영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사이드암으로 올 시즌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임기영의 성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임기영은 이미 규정 이닝을 채우며 다승 공동 4위와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임기영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기아가 1위를 지켜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넥센 한현희= 한현희는 기록지에 보이는 성적만으로는 앞서 언급한 셋에 비해 조금 모자라지만 리그 경력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현재의 성적을 유지할 가능성도 가장 높은 선수다. 2012년 넥센에서 데뷔한 한현희는 줄곧 불펜 투수로 활약하다 2015년 17번의 선발 등판을 통해 자신이 선발로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긴 재활을 거쳐야 했다. 긴 인고의 세월을 거친 한현희는 한층 나은 선수가 됐다. 59이닝을 던지며 WHIP는 0.95, 매 이닝 채 한 명의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다. 홈런을 포함해 장타를 16개 허용했다는 점만 보완할 수 있다면 넥센 팬들은 또 한 명의 넥센표 화수분이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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