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딸 B는 인터넷을 통해 C사에 아버지 A씨 명의로 대출신청을 한 후 A씨의 주민등록초본, 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로 송부했고 C사로부터 대출거래계약서 양식을 받아 A씨의 성명을 기재하여 서명하는 식으로 대출계약서를 위조해 A씨 명의 계좌로 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B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대부업체 2곳에서 2천만원과 1천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A씨는 "딸이 권한 없이 대출계약을 체결했다"며 대부업체 3곳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이에 대부업체들은 3년 전 이미 A씨에게 전화로 대출금 채무가 있다고 알려 줬고 이후에 A씨가 이자를 입금하는 등 거래를 지속해 딸의 무권대리(無權代理) 행위를 추인(追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나중에 대부업체로부터 대출금 채무가 있다는 것을 전화로 통지 받고 C사에 대출금 채무의 이자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A씨가 B의 무권대리가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인 대출금 채무를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A씨 명의의 대출계약은 B가 관련 서류를 위조해 C사 등과 체결한 것으로 그 효력이 A씨에게 미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법무법인 바른의 손흥수 변호사는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딸의 행위가 무권대리에 해당하며 아버지가 대출금 이자를 일부 갚았더라도 무권대리의 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무권대리'란 대리권 없이 행하여진 대리행위로서 대리행위의 다른 요건은 모두 갖추었으나 대리행위자에게 그 행위에 관한 대리권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무권대리는 원래 본인이나 대리인에게 아무런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무효이다.
손 변호사는 "다만, 무권대리인이 상대방에 대해 불법행위상의 책임을 지는데 불과하다"면서 "무효행위 또는 무권대리 행위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계약의 무권대리는 본인이 그 행위를 추인 또는 거절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추인하면 제 3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그 행위는 처음부터 유효하였던 것으로 되며, 추인을 거절하면 그 행위는 무효로 확정된다.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 경우에는 추인을 거절할 수 없다.
또한, 손흥수 변호사는 "추인 또는 거절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 대해 하지 않으면 그 상대방에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선의의 상대방은 본인에게 추인의 최고권과 추인 전까지 계약의 상대방은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언이나 기부행위와 같이 상대방이 없는 단독행위의 무권대리 경우에는 완전히 무효"라면서 "하지만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는 그 행위 당시에 상대방이 대리인이라 칭하는 자의 무권리행위에 동의했거나 그 대리권을 다투지 않은 때에는 계약의 무권대리와 똑같이 취급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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