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리어카 유세`…솔로몬의 선택은](http://contents.dt.co.kr/images/201704/20170427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리어카 유세`…솔로몬의 선택은")
대통령선거에는 돈이 많이 든다. 메이저 정당들은 100억 안팎의 정부지원을 받지만 군소 후보들은 선거비용 마련에 목이 탄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당내 예산이 넉넉지 않다는 점에서 고효율 저비용 선거유세를 구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세차와 인력 동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당협위원장들의 특별 당비로 충당할 예정인데, 이준석 위원장 등 젊은 피를 중심으로 '리어카 유세'를 벌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경기일보, 2017. 4. 17).
선거철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여럿 있다. 인쇄, 차량, 알바, 현수막 제작, 여론조사기관, 의류회사, 광고업 등이다. 유세차량도 대목을 맞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는 무려 15명의 후보가 출마하고 있어서 유세차량을 1000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유세가 늘어나면서 인쇄업은 옛날 같지 않지만, 유세차량은 발주가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민주당 305대, 국민의당 285대, 자유한국당 274대, 바른정당 33대, 정의당 19대 등 916대에 이르고 군소후보의 유세차를 합하면 1000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1톤 트럭을 유세용 차량으로 개조해 선거기간에 대여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800만원 정도이고, LED스크린 장착이나 음향시설, 문자 전광판 따위를 설치하면 대여비용은 1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규모가 큰 2.5톤 트럭을 쓸 경우 대여료가 3000만원에 이른다. 모든 후보의 차량 비용은 80억원쯤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서울신문, 2017. 4. 19). 분초를 아껴 써야 하는 후보들은 유세차량 속에서 쪽잠을 자고,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셀프 화장을 하고 있다.
24시간도 모자라는 하루를 보내면서 시간 맞춰 현장에 도착해야 하고, 유권자 요청에 따라 사진찍기 서비스를 해야 하는 등 후보들 차량은 쉴 틈이 없다. 이런 와중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유세차량이 사고를 당해 보좌관이 사망했다. 이번에도 문후보의 유세차량이 사고를 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전남 순천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세차량이 지하차도를 지나던 중 트럭에 설치된 홍보간판이 고가(高架)의 상판에 부딪혀 광고판 일부가 고가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어카 유세 등 유권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한다. 지난 4.13총선에서 인천의 송영길 후보는 자신의 별명을 활용해 '황소차'를 타고 유세를 다녔다. 차량에 황소의 눈, 귀, 뿔, 꼬리를 달고 울음소리까지 나오게 해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끌었다. 서울 성북갑에 출마했던 정태근 후보는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와 접촉하기 위해 전동카트를 타고 다녔고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후보는 자전거 유세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대구에서 출마했던 조석원 후보는 '500만원 선거'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막사무소에다가 리어카를 유세차로 사용한 바 있다.
리어카는 누구나 쓰고 있는 콩글리시다. 리어카는 주로 환경미화원이나 폐지 줍는 노인을 연상시킨다. 리어카는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영세상인들의 중요한 생활 수단이다. 사람이나 짐을 싣기 위해 옆에 수레를 달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사이드카(sidecar)라고 한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뒤(rear)에서 밀든가 자전거 뒤에 달아서 쓰는 두 바퀴 수레를 리어카(rear car)라고 작명했다. 이와 비슷한 영어로는 푸시카트(pushcart)와 핸드카트(handcart)가 있다. 전자는 핫도그 등을 파는 바퀴 달린 박스형 수레고, 후자는 택배기사가 차에서 짐을 내려서 건물로 옮길 때 사용하는 두 바퀴 달린 작은 운반도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수레에는 쇼핑카트와 유모차가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쇼핑카트의 다른 이름은 trolley(영국, 호주), carriage(미국 동부), buggy(미국, 캐나다 일부 지역) 등이다. 유모차는 미국에선 troller, 영국에서는 baby carriage, buggy 등으로 불린다.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을 참으로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주적(主敵)도 모르는 후보를 뽑아야 할지, 상왕(上王)을 모신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국정논단(壟斷)을 주도했던 당의 후보를 찍어야 할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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