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생건수 3289건 76% ↓
건당 피해액은 크게 증가 추세
교묘하게 결합, 가짜식별 어려워
1차적 책임은 금융사에 있지만
'이용자 중과실' 부분 예외규정
일반인 이용자가 전문영역 입증
피해는 고스란히 '당한사람 몫'
건당 피해액은 크게 증가 추세
교묘하게 결합, 가짜식별 어려워
1차적 책임은 금융사에 있지만
'이용자 중과실' 부분 예외규정
일반인 이용자가 전문영역 입증
피해는 고스란히 '당한사람 몫'
긴급진단 - 전자금융법 10년
(1) 전자금융사기
돈을 송금하려고 은행을 찾는 사람은 요즘 거의 없다. 전자금융거래가 전체 금융거래의 9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을 통해 이체 송금 결제 등은 물론, 대출, 보험가입, 자산관리까지 하는 '디지털금융' 시대가 이미 활짝 열렸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고 규율하기 위해 지난 2007년 1월1일부터 전자금융거래법을 제정, 시행했다. 하지만 전자금융법은 1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디지털금융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타고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빈번하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10년전 구식 규정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전자금융사기와 각종 범죄는 증가 일로다. 10년된 전자금융거래법,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디지털금융에 대한 현 수준을 진단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피싱, 파밍, 스미싱 및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디지털타임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6년 전기통신금융사기 발생 건수 및 피해액을 집계한 결과 관련 범죄 건수는 총 4만5748건, 피해 금액은 191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금융사기를 당하고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에서 신고 접수해 수사를 한 건 수 및 금액을 합산한 수치다. 민원 발생 및 피해발생 이전 차단 건수 등을 합산하면 건수와 규모는 이보다 늘어난다. 금융사기 발생 건수 자체는 전년도보다 줄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피싱 사기는 427건, 파밍은 2817건, 스미싱은 562건 발생해 총 3289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2014년 관련 범죄가 1만3980건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76.47%가 감소한 수치다. 스미싱 등에 대한 이용자 경각심이 대폭 강화됐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파밍이나 스미싱 등에 대해 사전 차단 효과가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승철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경위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예방, 안전수칙 등을 개발해 이용자들에게 배포하고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사기 피해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같은 활동은 범죄 억제 효과도 뚜렷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건당 피해액수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이 인터넷진흥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밍의 경우 건당 피해액수는 2014년 360만 원 수준에서 2015년 930만 원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피싱은 같은 기간 건당 피해액이 590만 원에서 810만 원으로 증가했다. 스미싱도 2014년 건당 피해액이 10만 원에 불과하던 수준에서 16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피싱과 파밍, 스미싱 등이 교묘하게 결합돼 이용자가 식별하기 어렵고 당국의 단속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점차 고도화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악성코드에 감염된 PC에서 금융정보를 빼내는 메모리해킹까지 재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전문업체 하우리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해킹 악성코드가 재 등장해 인터넷포털의 광고, 쇼핑 도우미, 검색 도우미 등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기능을 악용, 재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코드가 동작하면 무료 백신 프로그램들을 무력화하고 이후 메모리 해킹을 통해 금융 보안 모듈들을 무력화한 후 정상적인 인터넷 뱅킹 서비스 사용 도중에 특정 팝업 창 등을 띄워 사용자 뱅킹 정보를 탈취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기조차 어려우며, 해당 팝업 페이지나 금융회사 홈페이지가 가짜라는 것도 식별하기가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전자금융 범죄로 인해 이용자가 재산상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도 이를 보상받기가 막막한 현실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사기 발생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가 1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이용자 보호를 강화했으나 '이용자 중과실'에 대한 부분은 예외 규정으로 남겨두는 등 현실적인 보호 방안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점자 고도화되고 교묘해지는 전자금융 범죄에 대해 이용자가 사실상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데도, 금융회사는 당국이 정한 몇 가지 '보안조치'를 행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기 당한 사람의 몫'이 되어 버리는 셈"이라며 "민사 소송을 진행하려 해도 '피해 사실 입증'을 대형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소송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는 지난해 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이용자 보호조치가 강화됐지만, 이보다 더욱 교묘하게 난무하는 전자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 이용자들이 무방비로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전자금융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영업채널을 확대해 사업 기회를 넓히는 금융회사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보안을 높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변호사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몇차례 개정을 거쳐 이용자 보호를 강화한다고는 했으나 아직 그 수준이 미흡하다"면서 "피해사실 입증 책임이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있거나 각종 예외조항 등으로 사실상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보호가 미약한 상태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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