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강장식품 … 임금진상품 유명세
국산기술로 대량생산 '국민먹거리' 등극
국산기술로 대량생산 '국민먹거리' 등극
![[이덕환의 과학세상] (587) 굴과 전복의 양식](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25021010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87) 굴과 전복의 양식")
미네랄이 풍부해서 '바다의 우유'라고 알려진 굴과 고단백·저지방의 최고급 강장 식품으로 알려진 전복이 지천이다. 굴 전문 식당이 즐비하고, 큼지막한 활전복을 산 채로 배달해준다. 전복을 넣은 삼계탕과 갈비탕도 있다. 심지어 라면에 전복을 넣어 먹는 소비자도 있다고 한다. 작은 자연산 어리굴로 담은 굴젓이나 제주도의 오분자기 정도가 고작이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1990년대 말에 우리 스스로 개발한 과학적인 양식 기술 덕분이다.
굴과 전복은 홍합·고둥·소라 등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식용 조개들이다. 난류가 흐르는 거의 모든 해안에서 흔하게 서식하기 때문이다. 굴과 전복은 모두 바위에 붙어서 일생을 보낸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다. 그러나 갯가의 바위에 붙어서 살기 때문에 썰물 때는 햇볕과 바람에 노출된 상태로 생존해야 하는 굴과 달리 전복은 일생을 얕은 바닷물 속에서 지낸다.
얕은 바다에서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는 굴과 전복은 선사시대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굴은 굳이 거친 바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뾰족하고 단단한 도구만 있으면 갯가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다. 바닷가에서 남아있는 선사 유적지에 남아있는 조개 무덤에는 거의 예외 없이 굴과 전복의 껍질이 발견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굴과 전복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자연산 식품이 그렇듯이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굴과 전복의 양은 어쩔 수 없이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알려진 전복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조선 시대 제주도 관찰사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해녀들을 동원해서 임금께 진상할 전복을 확보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는 굴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쉽게 상해버리기 때문에 젓갈 이외의 식품으로는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바꿔놓은 것이 바로 양식 기술이다. 특히 굴은 양식도 크게 어렵지 않다. 초여름 번식기가 지난 후에 바닷물에 떠다니는 작은 새끼 굴(종패)을 채집해서 조개껍데기나 나무에 붙여서 바닷물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굴은 바닷물에 녹아있는 유기물을 걸러내서 살아가기 때문에 따로 먹이를 줄 필요도 없다. 굴 양식은 로마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프랑스에서도 4세기경부터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양식 기술을 활용했다고 한다.
우리도 1897년 원산만 부근에서 인공적인 굴 양식을 시작했다. 얕은 바다에 큰 돌을 쌓아두는 투석식도 있고, 나무로 만든 지주를 세워두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식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남해안에서는 1962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수하식 양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긴 줄에 굴 껍데기를 꿰어서 바닷물 속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그물망을 평상에 올려놓고 키우는 프랑스의 수평망식도 도입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34만 톤의 굴은 대부분 현대 과학적 양식으로 생산한 것이다.
전복의 양식은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전복의 치패를 대량으로 채취해서 전복이 자랄 수 있는 얕은 바다에 뿌리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미역·다시마·감초와 같은 해초가 많이 자라는 얕은 바다에 콘크리트로 만든 대형 '전복 아파트'를 설치하는 방법이 그 시작이었다. 지금도 포항 앞바다에서는 전복 아파트를 이용해서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요즘은 바다 위에 띄워놓은 그물망을 이용하는 '가두리' 방식으로 키운다. 그물망 안에 전복이 붙어서 살 수 있도록 만든 '셀터'(shelter)를 설치하고,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자연산 사료를 공급해준다. 전복의 치패를 생산하는 인공수정 기술도 개발했다.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다. 자연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자연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황폐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먹거리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생산한다는 각오가 우리의 건강과 함께 소중한 자연을 지키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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