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에 인간 DNA 해독 … 최소 3~10년 소요
'1000달러 게놈' 시대 연 주역 일루미나
JP모건 콘퍼런스서 장비 '노바섹' 공개
1시간내 DNA 분석… 이틀간 6TB 해독
'100달러 게놈' 땐 개인맞춤 정밀의료도
'1000달러 게놈' 시대 연 주역 일루미나
JP모건 콘퍼런스서 장비 '노바섹' 공개
1시간내 DNA 분석… 이틀간 6TB 해독
'100달러 게놈' 땐 개인맞춤 정밀의료도
![[알아봅시다] `100달러 게놈` 시대의 의미](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2402101876788001[1].jpg "[알아봅시다] `100달러 게놈` 시대의 의미")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한 인간의 모든 생명 정보를 담고 있는 30억 개의 유전자 코드를 처음으로 모두 읽어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에는 10년 동안 30억달러가 투입됐습니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007년, 미국 생명공학기업 454라이프사이언시스는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처음으로 발견한 미국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의 전체 유전 코드를 읽어냈습니다. 왓슨이 인류 최초로 개인 유전 정보를 보유한 사람으로 기록되면서 이른바 '개인 유전정보 시대'가 막을 열었습니다. 당시 왓슨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읽는 데 들어간 비용은 100만달러였고, 작업에는 13주가 걸렸습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읽어내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비로소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유전정보를 가질 수 있는 '1000달러 게놈' 시대가 열렸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1000달러 게놈을 본격적인 개인 유전정보 시대의 시발점으로 전망해왔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의 탄생이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격이 낮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어마어마한 크기와 비용으로 일반 사람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컴퓨터가 가격이 낮아져 모든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정보화 혁명이 급속히 진행된 것처럼, 개인 유전자 분석 비용이 낮아지면서 '게놈 혁명'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000달러 게놈을 넘어'100달러 게놈'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선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규모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분석해 개인별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하고, 환자별로 최적의 방법을 찾아 치료하는 '정밀의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100달러 게놈이 여는 '유전자 혁명'=혁신적인 차세대 유전자 분석(NGS) 기기를 개발해 1000달러 게놈 시대를 연 주역인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기업 일루미나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형 염기서열 분석장비 '노바섹' 시리즈를 발표하며 "100달러에 한 사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사람의 총 염기서열을 데이터로 환산하면 200GB(기가바이트)에 달합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유의미한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 십만 명의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할 경우 염기서열을 기록하는 데만 20PB(페타바이트)가 필요합니다. 1PB는 100만GB로 DVD 영화 17만4000편을 담을 수 있는 용량입니다. 이런 막대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정밀의료를 현실화할 핵심 역량으로 꼽힙니다. 일루미나는 노바섹이 이틀 동안 6테라바이트(TB) 분량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란시스 데소우자 일루미나 CEO는 "노바섹 시스템을 이용하면 인간의 전체 유전체의 풀어진 DNA를 분석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이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 정보까지 제공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진료정보, 생활환경·습관 정보 등을 종합해 개인별로 최적의 맞춤 예방·치료법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암에 걸렸을 때 어떤 항암제를 쓰면 가장 효과가 좋은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치료를 위해 유전체 분석을 시도한 2011년 당시에는 10만달러가 들었는데, 이런 비용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유전자 분석 비용이 계속 낮아지면 심각한 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개인이 유전자 정보를 획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이를 응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전망입니다. 마치 컴퓨터 가격이 낮아진 이후 워드 프로세서 등 기업용 업무 프로그램과 개인용 게임 등이 엄청난 수요를 이끈 것처럼 유전자 분석 시장도 소비자들이 필수적이라고 공감할만한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100달러 게놈 언제 시작되나=현재 개인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는 150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 비용이 실제로 100달러, 한화로 12만원 정도까지 낮아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기기의 속도가 빨라져도 분석에 들어가는 시약 등의 가격이 함께 낮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장비 가격만 10억∼12억원에 달해 기업들이 부담할 초기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바섹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대규모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대규모 기관에 분석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런 대규모 정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이 가려진 뒤에야 안정화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가 100달러 게놈을 체감하기까지는 최소 3∼10년 정도가 걸릴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일루미나가 너무 빨리 100달러 게놈을 선언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이미 기존에 예측하던 수준을 뛰어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유전자 분석의 대중화가 결코 먼 일이 아니라는 전망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남도영기자 namdo0@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