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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 칼럼]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윤주천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입력: 2017-01-03 17:10
[2017년 01월 04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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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 칼럼]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윤주천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슈퍼박테리아라 불리는 항생제 내성 세균이 국내에서 발견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존하는 최후의 항생제인 콜리스틴도 듣지 않는 내성균이 사람의 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균의 문제는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항생제가 그만큼 세균 감염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치료제임을 말해 주고 있기도 하다.

항생제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우리 몸의 면역계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면역반응을 따돌리고 살아남은 병원성 세균에 대해 항생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가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세균의 세포벽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서 세균의 증식을 차단한다. 다행히 사람의 세포는 세균처럼 세포벽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페니실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같은 미생물이긴 하지만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증식한다. 세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분열을 통해 증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 안에 자신의 유전체를 침투시킨 후에 그 세포 안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수를 늘린다. 그러므로 항생제는 항세균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실제로 항세균제를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해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지 못한다.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에도 무턱대고 항세균제를 쓰는 오남용이 항세균제 내성 세균의 출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세균과 다른 바이러스의 독특한 증식 방식 때문에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은 항세균제의 개발보다 어려운 면이 많다. 신종플루에 대해서 완치를 논할 만큼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없었다거나 메르스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그러한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면역반응이 사용하는 방식이나 항세균제가 사용하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가지고 바이러스를 제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하는 항바이러스제가 실제로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러한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 감염병을 완치할 수 있을까? 답은 '일부이긴 하지만 있다'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특정 바이러스가 어떻게 후손을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병원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C형 간염바이러스도 증식과정이 잘 밝혀진 바이러스 중 하나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간세포 안에서 자신의 RNA 유전체를 복제하는데, 유전체 복제에 관여하는 효소에 직접 작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됐다. 건강보험 적용까지 가능한 이 약들의 치료성공률은 평균 90%를 넘는다. 항바이러스 면역반응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반응을 모방한 기존의 치료법이 평균 50%의 치료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거의 완치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고도 할 수 있다. 항세균제가 수십 년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전혀 다른 무기로 무장한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일반 대중은 아마도 알약 하나로 모든 바이러스 감염병이 완치되는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개별 바이러스에 특화된 약들이 바이러스 감염병의 치료를 위해서 더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관련된 의과학연구의 지속적인 발전이 앞으로 그러한 완치의 길들을 더욱더 많이 닦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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