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고급 SW 엔지니어가 없는 이유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과 교수 한국OMG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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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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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고급 SW 엔지니어가 없는 이유
최성운 명지대 융합SW학과 교수 한국OMG 회장


2003년 필자가 L 신용카드 회사의 CIO로 재직 중이었을 때다. 당시 L 신용카드사는 새로 설립이 되어 신규 카드 시스템이 개발돼야 했고, 여기에 새로운 분산 시스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전문가를 물색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추천 받은 전문가 중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골라보니, 미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63세의 금융 SW 아키텍트였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망설이다가, 대안이 없어 이 분을 초빙해서 SW 아키텍처 및 개발 전반에 관해 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그 분이 설계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이 신규 카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당시 하얀 백발의 아키텍트가 '첨단 SW기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혹은 'SW 프로그램의 구현 능력이 있을까?' 등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선하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그 하얀 백발의 아키텍트는 젊은 엔지니어들과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분의 경우 나이가 많다는 것과 첨단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상관관계가 없었고, 30~40대 젊은 엔지니어가 갖지 못한 충분한 경험과 연륜으로,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과의 관계까지 잘 풀어가며 프로젝트 수행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당시부터 필자는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연륜과 경험과 실력이 풍부한 고급 SW엔지니어가 없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SW 엔지니어들의 수명이 나이 40을 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SW엔지니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초급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되며, 이 후 10년 정도의 개발 경력을 쌓은 후 중급 개발자를 거쳐, 고급 개발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때부터 대부분의 고급 개발자들은 SW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고유 업무와 함께 엄청난 양의 관리 및 조정 업무를 떠맡게 된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책임이나 수석 연구원 혹은 차장이나 부장급의 직원이 관리업무를 하지 않고 프로그램 개발만 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에 입사해 10년이상이 지난 SW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이때부터 SW개발 능력을 상실하고 일반 관리에 집중하게 된다.



요즈음도 그 때와 달라진 점이 없지만, SW의 복잡도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많은 회사에서 고급 개발자를 찾는 구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급 개발자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많은 회사들이 이미 능력 있는 개발자들의 능력을 오염시켜 일반 관리자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렵게 수소문한 고급 개발자 들이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이때부터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관리 및 조정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또다시 평범한 일반 관리자로 전락하게 되는 악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프로그램 코딩 능력을 가진 10년차 이상의 개발 가능한 SW엔지니어를 찾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급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여러 교육 및 제도적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고의 SW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SW아키텍트 양성과정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많은 기관들이 SW아키텍트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SW 엔지니어가 몇 개월 교육을 통해서 양성된다면 너무 좋은 일이겠지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아키텍트가 양성되고 이들의 SW기술적 역량이 미달함으로 인해 아키텍트에 대한 불신만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아직까지 소프트웨어에 대한 시장 가치나 관리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대부분의 SW제품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SW로 인한 문제가 시장에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SW인력 양성에 대한 선 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못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0년차 정도의 엔지니어에서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의 최고 수준은 대부분이 10년차 개발자로 끝나는 것이다. 이후 고급 설계자, 아키텍트로 이어지는 고급 엔지니어들은 국내에서 거의 양성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급 SW개발자 10만 양병설 등 숫자 위주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능력 없는 SW엔지니어들이 자격증 위주로 경력을 관리하게 되고 있으며, 여기에 터무니 없는 SW개발자 노임 단가로 인해 고급 SW개발자들이 본인의 업무를 기피하는 경우까지도 생기고 있다.

이제 SW산업은, IT기기를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시간이 지나면 후발주자들과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되고, 우리는 이러한 하드웨어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SW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고급 SW엔지니어를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급 SW 엔지니어의 양성은 단기 교육이나 특정 정책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를 키우듯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단계별로 육성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언제나 숫자와 실적 위주로 진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을 교란시키는 정부 주도의 정책 방향이 이제는 시장을 지원하는 순방향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 또한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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