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경제는 정치인 잠든 밤에만 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2402102251027001[1].jpg "[예진수 칼럼] 경제는 정치인 잠든 밤에만 큰다")
국무총리에 정약용, 국방장관에 이순신, 외침을 예상하고 강군 육성을 외친 율곡 이이를 미래부 장관에, 추사 김정희를 문화체육부 장관에 앉힌다면, 오늘의 난관을 뚫고 가줄까. 쟁쟁한 인재들이 조선 왕조 500년을 끌고 왔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는 난세를 뚫고 갈 리더십이 실종됐다. 당대 정치지도자였던 김홍집· 김옥균· 김윤식을 100년 전의 3김씨로 꼽는다. 김홍집은 조선이 발전하려면 개화 교류사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을 택한 것은 1894년 갑오경장 당시 김홍집 내각에 의한 혁명이었다. 김옥균 역시 공론화 없이 추진된 갑신정변의 실패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윤식도 구한말 병조판서와 외무대신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당대의 문장가로도 유명했다. 외세를 이용하려 했던 이들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일본의 한국 강점은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한국 경제는 지금 최악의 수출 침체와 내수 위기라는 복합 위험에 직면했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각오를 갖춘 '개혁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100년 전의 3김씨처럼 최고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기회를 타지 못한 능력은 별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장기 쇠락 조짐을 겪고 있는 데다 경제 구조도 기형적이다. 부동산 투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 정부 의존형 경제 체질 심화 등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잠재성장률 확충에 속도를 내도 부족할 판에 성장률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걱정이 한국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는 상황은 20년 전 일본 장기 침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미래 신성장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 경기가 곤두박질치면 국민들은 먹고살기가 막막해진다. 경제절벽 상황인데도 의회권력을 쥔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회 제반 분야가 선진화하고 있다. 국회도 이젠 수적 우위에 의한 힘의 정치보다는 '논리의 정치'를 선택해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의 이정표는 경제 살리기로 수렴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지난 7월 말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사회당 정부는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근로시간 연장을 뼈대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하원에서 투표 없이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는 노동개혁 4법이 국회에서 마냥 표류하고 있다.
국회가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도 칠 수 있다. 그냥 놔둬도 고사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규제 법안의 후유증으로 기업 투자가 더욱 움츠러들 것이다. 오죽하면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만 성장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내년부터 생산인구 감소 시대가 닥친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긋게 될 것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지만 단기 처방은 기업 체질만 약화시켰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활약과 투자 마인드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 국회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 활성화· 4차 산업 혁명 대비를 위한 짜임새 있는 법안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잘 만든 경제 활성화 법안 하나가 수 만개 일자리를 만든다. 지금 한국 경제는 조선 시대 최강의 인재들을 모셔와 드림팀 내각과 국회를 꾸려도 해결이 될까말까한 상황이다. 앰플 주사를 놓는 수련의가 아니라 경제에 대한 고난도 수술을 집도할 명의(名醫)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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