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법인 '갑을관계' 문제
수익성 위주에 수주경쟁 과열도
분식회계 묵인·방조 사례까지
수익성 위주에 수주경쟁 과열도
분식회계 묵인·방조 사례까지
■ 도마 위 오른 회계투명성
(중) 국제회계투명성 세계 '꼴찌'
최근 공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 세부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은 조사 대상 61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회계 투명성이 세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외국 투자자나 주요 기관들은 우리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12일 회계 및 경영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이 이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가 기업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해야 하는 회계법인이 스스로 망가지고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인태 한국회계학회장은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려는 기업과 이를 걸러내야 함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다 감사인 역할을 등한시 한 회계법인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들의 무능력이 회계투명성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고객사' 눈치보는 회계법인, 기업 입맛대로 감사=이중 가장 큰 원인은 감시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의 부정을 꼽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고 이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식회계 유혹을 받는다. 견실한 재무 상태를 외부에 보여야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경영진들은 이를 토대로 막대한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파산한 가전업체 모뉴엘은 수출실적과 매출이익을 부풀려 6년간 3조원이 넘는 돈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았다. 피해금액만 5000억이 훌쩍 넘는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었다. 기업이 이같은 분식회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다.
그러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는 회계법인들이 오히려 기업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에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국내 유수 회계법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로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의 '갑을관계'를 지목한다.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내부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거나 마음먹고 조작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회계법인이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가 수사관도 아니고, 기업의 정보를 알려진 것처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외부감사는 회사가 제공한 일방적 정보에만 의존해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의혹을 제기하려 해도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피감 대상인 기업이 직접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고 감사보수를 지급하는 '자유수임제'에서는 회계법인들이 피감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감사계약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감사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은 오히려 기업들이 기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계전문가는 "자유수임제 하에서는 회계법인은 감사인 선임 권한을 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유수임제에 대한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덤핑수주로 감사품질 저하=회계법인 스스로도 감사 계약 체결을 위한 과당경쟁과 덤핑수주로 감사보수를 떨어뜨리고, 기업에 종속되는 환경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붙다 보니 수익성 위주의 저가영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감사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들이 서로 기업의 감사를 수임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보니 높은 품질의 감사를 하기보다 감사 수임료를 낮춰 '건수'를 따내는데 바쁘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회계감사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데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을 '비용'이라고 여기다보니 감사의 품질보다는 저가를 써내는 회계법인을 선택하기 일쑤다.
이렇게 저가 수임을 한 회계법인은 해당 기업의 회계감사에 대해 고급 인력과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없다. 결국 기업의 구미에 맞는 부실 감사로 '면피용' 감사보고서를 만들고 회계감사를 마무리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도 현재는 부실감사의 책임을 현장 감사담당자에게만 묻고 있어 저가수임이나 감사인력과 시간의 과소투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인태 회계학회장은 "회계법인들이 감사인 자유수임제와 감사보수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한다고 해서 감사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사인의 독립성 저하는 회계업계가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에 뼈저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은국기자 ceg4204@
(중) 국제회계투명성 세계 '꼴찌'
최근 공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제경쟁력 평가 세부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은 조사 대상 61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회계 투명성이 세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외국 투자자나 주요 기관들은 우리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12일 회계 및 경영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이 이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가 기업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해야 하는 회계법인이 스스로 망가지고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인태 한국회계학회장은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려는 기업과 이를 걸러내야 함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다 감사인 역할을 등한시 한 회계법인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들의 무능력이 회계투명성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고객사' 눈치보는 회계법인, 기업 입맛대로 감사=이중 가장 큰 원인은 감시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의 부정을 꼽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제표를 직접 작성하고 이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식회계 유혹을 받는다. 견실한 재무 상태를 외부에 보여야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경영진들은 이를 토대로 막대한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파산한 가전업체 모뉴엘은 수출실적과 매출이익을 부풀려 6년간 3조원이 넘는 돈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았다. 피해금액만 5000억이 훌쩍 넘는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었다. 기업이 이같은 분식회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다.
그러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는 회계법인들이 오히려 기업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에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국내 유수 회계법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로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의 '갑을관계'를 지목한다.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내부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거나 마음먹고 조작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회계법인이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가 수사관도 아니고, 기업의 정보를 알려진 것처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외부감사는 회사가 제공한 일방적 정보에만 의존해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의혹을 제기하려 해도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피감 대상인 기업이 직접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고 감사보수를 지급하는 '자유수임제'에서는 회계법인들이 피감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감사계약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감사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은 오히려 기업들이 기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계전문가는 "자유수임제 하에서는 회계법인은 감사인 선임 권한을 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유수임제에 대한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덤핑수주로 감사품질 저하=회계법인 스스로도 감사 계약 체결을 위한 과당경쟁과 덤핑수주로 감사보수를 떨어뜨리고, 기업에 종속되는 환경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붙다 보니 수익성 위주의 저가영업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감사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들이 서로 기업의 감사를 수임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보니 높은 품질의 감사를 하기보다 감사 수임료를 낮춰 '건수'를 따내는데 바쁘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회계감사가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데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을 '비용'이라고 여기다보니 감사의 품질보다는 저가를 써내는 회계법인을 선택하기 일쑤다.
이렇게 저가 수임을 한 회계법인은 해당 기업의 회계감사에 대해 고급 인력과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없다. 결국 기업의 구미에 맞는 부실 감사로 '면피용' 감사보고서를 만들고 회계감사를 마무리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도 현재는 부실감사의 책임을 현장 감사담당자에게만 묻고 있어 저가수임이나 감사인력과 시간의 과소투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인태 회계학회장은 "회계법인들이 감사인 자유수임제와 감사보수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한다고 해서 감사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사인의 독립성 저하는 회계업계가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에 뼈저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은국기자 ceg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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