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개발 한개 채널서 다중 방송신호 전송기술
단일 TV주파수 대역서 3개 이상 방송 송신 가능
미 차세대 방송표준 채택… 세계시장 선점 토대
핵심 표준특허 확보 '황금알 낳는 기술' 큰 기대
단일 TV주파수 대역서 3개 이상 방송 송신 가능
미 차세대 방송표준 채택… 세계시장 선점 토대
핵심 표준특허 확보 '황금알 낳는 기술' 큰 기대
■ 글로벌 UHD 방송 표준 이끄는 한국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이틀 앞둔 2월 23일.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김 과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의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결승전이 오후 7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이 선수의 '광팬'인 김 과장은 결승전을 '본방사수' 하기 위해 서둘렀지만 업무 때문에 퇴근이 늦어졌다. 결국 HD TV보다 화질이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초고화질(UHD) TV 중계를 뒤로 한 채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봐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움직이는 지하철 안에서도 끊김 없이 실시간 고화질(HD) 방송으로 이 선수가 광속 질주하는 생중계 장면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 치의 실수 없이 완벽한 레이스를 펼친 이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동계 올림픽 사상 첫 3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시상식은 귀가 후 거실에 있는 UHD 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내년 초 차세대 지상파TV 방송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되는 '계층분할다중(LDM:Layered Division Multiplexing)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이 된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UHD 방송 기술이 국제표준 채택에 이어 상용화되는 덕분에 김 과장은 이동 중인 지하철 안에서는 스마트폰으로 HD 방송을, 집에 도착해선 UHD 방송으로 이상화 선수의 결승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차세대 지상파TV 방송 국제표준 '우리 손으로'=LDM 기술은 하나의 채널에서 두 개 이상의 방송신호를 서로 다른 계층(전력)으로 나눠 전송하는 것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13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장비전시회 'NAB쇼 2015'에 첫선을 보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고정된 공간에서는 지금의 HD 방송보다 4배 더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이동 중에는 HD 방송으로 바꿔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긴급 재난방송과 라디오방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
LDM은 차세대 지상파TV 방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멀티 방송미디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상파TV 방송과 지상파 DMB 방송은 서로 다른 송신기와 방송채널로 서비스되는데, LDM 기술을 이용하면 하나의 송신기와 하나의 방송채널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특히 단일 TV주파수 대역(6㎒)에서 3개 이상의 방송을 송신할 수 있어 한정된 주파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LDM 기술은 지난해 열린 'NAB쇼 2015'에서 '기술혁신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허남호 ETRI 방송시스템연구부장은 "처음 미국디지털방송표준위원회(ATSC)에 LDM 기술제안서를 제출했을 때만 해도 지금까지 방송 표준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 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반응이 시큰둥했다"면서 "10년 가까운 꾸준한 R&D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높이 평가받은 데다, 주파수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LDM 기술의 장점을 인정받은 덕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안방시장서 인정받은 토종 기술=LDM은 미국 차세대 지상파TV 방송 표준(ATSC 3.0)에서 채택한 다중화 전송기술이다. 국내 기술이 미국 방송기술 표준으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간분할다중화(TDM:Time Division Multiplexing) 기술을 제공하는 유럽의 DVB-T2나, 주파수분할다중화(FDM: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 기술의 일본 ISDB-T와 달리 LDM 기술은 주파수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만큼 전송용량 측면에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전송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방송기술의 변방'에 속한 한국의 기술을, 안방 시장을 넘겨줄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국제표준 기술로 끌어안는 용단을 내렸다. 그만큼 LDM 기술의 우수성과 효용성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 채택을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상파방송 시장에서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 기술이 미국에서 인정받기까지 ETRI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LDM 기술의 우수성을 확신한 ETRI 연구진은 차세대 지상파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국제표준화 활동을 펼쳤다. 수많은 이론분석과 알고리듬 개발, 컴퓨터 모의실험, 현장 테스트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유럽 TDM 기술에 비해 LDM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알렸고, 두 차례 진행된 ATSC 3.0 물리계층 정합시험의 모든 항목을 통과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 보였다.
LDM 기술이 내년초 ATSC 3.0 표준으로 최종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핵심 표준특허를 통한 기술료 수익을 얻을 뿐 아니라 ATSC 3.0 기반 글로벌 방송 시장에서 확실한 기술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 방송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ATSC 3.0 표준과 관련해 ETRI를 비롯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표준특허의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 표준'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ETRI는 LDM과 전송 요소 기술에서 10% 가량의 표준특허를 차지하고 있어 LDM이 상용화되면 향후 '황금알을 낳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TRI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 열린 'NAB쇼 2016'에서 LDM 기술에 시분할 개념을 추가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ATSC 3.0 기반 'LTDM 기술'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글로벌 UHD 방송시장의 새로운 강자임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UHD 지상파방송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UHD 방송시대를 열게 된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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