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와 경계 사라져
이베이, 국내외 43개브랜드 제휴
11번가,투자유치·신서비스 발굴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도 위협
이베이, 국내외 43개브랜드 제휴
11번가,투자유치·신서비스 발굴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도 위협
■ 이슈진단 온라인유통, 내실없이 기회없다
(하) 무한경쟁 속 시험대 선 전통 강자 오픈마켓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양대 축을 형성하고,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종합몰 등이 제3의 세력으로 힘겨루기에 가세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규모 지각변동이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쿠팡이 오픈마켓에 진입하면서 티몬과 위메프도 가능성을 검토하는가 하면, 올해 SK플래닛은 11번가의 '탈 오픈마켓'을 선언하면서 업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공룡들까지 온라인 최우선 전략을 표방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상황은 전통강자인 오픈마켓에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를 자체 조직으로 끌어들인 SK플래닛은 '신흥 강자'로 등극한 소셜커머스를 견제하고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습격'에 맞설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전략은 기존 운영방식과 견줘볼 때 '일탈'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인 데다, 내실경영을 통한 견고한 성장이 바탕에 깔려 있어 소셜커머스의 '무모한' 도전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들의 성공 여부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성패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60%가 넘는 이베이코리아는 모바일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소셜커머스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G마켓과 옥션의 전체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은 각각 51%, 46.9%로 2013년 10%대에서 크게 늘었다. 오픈마켓은 상품 수가 많아 모바일 환경에서 노출이 어렵고 검색 결과도 많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모바일 백화점관' '모바일 패션관' '모바일 배달관' '모바일 항공권' '브랜드 전문관' 등 전용관 확대와 사용자 환경 개선에 나섰다.
또 백화점, 대형마트, 종합몰은 물론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한 '쇼핑 포털'로 탈바꿈해 상품의 고급화, 검색 간편화에 집중하고 있다.
G마켓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제휴는 2011년 14개에서 지난해 43개(11월 기준)로 4년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입점으로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53%, 제휴를 시작한 2011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TV·옥외 등 광고는 물론 고객 프로모션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
소셜커머스처럼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고도 운영자금 여력이 충분한 만큼 공격적 할인행사로 시장 우위를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1년 646억원, 2012년 193억원, 2013년 476억원, 2014년 562억원, 지난해 801억원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문숍, 중문숍 등 글로벌숍도 강화하는 한편, 이베이를 통한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 수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SK플래닛 11번가는 대접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파격 실험을 감행한다. 11번가는 지난해까지 SK플래닛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이 운영했지만 올초 SK플래닛으로 흡수되면서 회사의 최전방 공격수로 등극했다. SK플래닛은 오픈마켓 업태에 얽매이지 않은 사업 확장과 시럽·OK캐시백 등을 결합한 신서비스 발굴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SK플래닛은 현재 7200억 가량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목표로 삼은 조 단위 외부 투자까지 더해진다면 시장 선점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11번가의 파격 실험의 시작은 직매입 서비스다. 오픈마켓은 판매자들이 플랫폼에 상품을 올려놓고 판매하고 채널 사업자는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로, 국내 오픈마켓에서는 직접 상품을 구입해 파는 방식을 지양해왔다. 하지만 11번가는 직매입을 도입해 거래량을 늘리고 투자 유치에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경기 이천에 총면적 3만㎡ 규모의 전용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OK캐시백, 시럽 등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OK캐시백과 시럽 회원만 해도 각각 3800만명, 1500만명으로 이들 회원을 11번가가 끌어들이면 시너지를 통한 양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사업에도 공을 들인다. 2013년 터키에 진출해 이미 현지 1위 쇼핑플랫폼으로 등극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태국 등 신규 시장도 타진 중이다.
한편, 유통업계는 장기적으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이 오픈마켓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는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롯데, 신세계 등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데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 지원 아래 오프라인 매장과의 결합이나 가격 조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단기간 내에 절대강자에 오를 수 없는 시장"이라며 "가격과 가치를 두루 만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에 나서야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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