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2조1000억에 종결
예상낙찰가 3조에 크게 하회
무리한 경매설계로 흥행참패정부 '세수확보 고민' 깊을듯
예상낙찰가 3조에 크게 하회
무리한 경매설계로 흥행참패정부 '세수확보 고민' 깊을듯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세수 확보를 목표로 진행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시작 이틀 만에 최저가 낙찰로 끝나면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정부가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 이래 이틀 만에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SKT·KT· LG유플러스 이통3사는 각각 2.6㎓와 2.1㎓, 1.8㎓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주파수를 낙찰받으며 각자도생을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주파수 경매 최종 낙찰가는 최소 경쟁가격보다 약 4600억원이나 낮은 2조1106억원에 그쳤다. 당초 정부와 업계 안팎에선 낙찰가가 최소 3조원, 최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했지만,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경매 흥행 실패는 수요가 몰린 2.1㎓ 대역에서 이미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던 이통 사업자의 재할당료를 낙찰가와 연동해 높이기로 하고, 이통사에 지나친 망 구축의무를 부과하는 등 무리한 설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주파수 경매 이틀째인 2일 경매 8라운드 만에 최종 낙찰자가 결정됐고, 최종 2조1106억원에 경매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5개 주파수 블록이 모두 2개 라운드 연속으로 입찰자가 없으면 종료한다는 규칙에 따라 경매가 끝났다"며 "경매에 나온 주파수 대역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과열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0㎒ 대역 40㎒ 폭인 A블록은 최종 유찰됐다. 1.8㎓ 20㎒ 폭인 B블록은 KT가 최저 경쟁가인 4513억원에 낙찰받았다. 낙찰 받기만 하면 기존 주파수 용량과 속도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어 이번 경매 최대 접전 블록으로 꼽힌 2.1㎓ 대역 20㎒ 폭 C블록은 LG유플러스가 역시 최저 경쟁가인 3816억원에 낙찰받았다. B, C 블록은 이통사의 입찰 한 번으로 경쟁 없이 경매가 끝났다.
SK텔레콤은 2.6㎓ 대역 40㎒ 폭인 D블록에서 경쟁사와 4회 가량 경쟁을 벌인 끝에 9500억원에 낙찰받았다. 또 다른 2.6㎓ 대역 20㎒ 폭인 E블록은 별다른 경쟁 없이 SK텔레콤이 한번 입찰 만에 3277억원으로 낙찰받았다.
최종 낙찰가는 5개 블록 합계 최저 입찰 가격인 2조5779억원보다 약 4600억원 적은 것이다. 5개 블록 중에 입찰 경쟁이 붙은 대역은 D블록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무리하게 세수 확보를 위해 주파수 경매를 설계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2.1㎓ C블록의 낙찰 가격을 SKT와 KT가 이미 보유한 2.1㎓ 대역 주파수의 재할당료 산정 근거로 삼기로 했다. 즉 C블록 입찰 경쟁으로 낙찰가가 높아지면 덩달아 두 이통사의 기존 쓰고 있던 주파수 사용료가 올라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T와 KT가 2.1㎓ 대역 경매에 아예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이통사가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A, C, D블록의 경우, 4년 만에 전국 커버리지의 65%인 6만8000개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KT는 2.1㎓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망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는 1.8㎓ 대역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SKT는 앞으로 5년밖에 쓸 수 없는 기존 주파수 사용료를 올리느니, 아예 비어있는 2.6㎓ 대역 60㎒ 폭을 선택해 10년간 새로 투자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는 2.1㎓ 대역에 경쟁 없이 무혈 입성했다.
이통사들은 과거 1.8㎓ 주파수 경매처럼 뚜렷한 국제표준 주파수가 없는 상황에서, 주파수 확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파수를 선택하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번 경매는 시작부터 '비용효율'을 최우선에 놓고 임했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700㎒ 대역이 유찰된 부분이 있지만, 이통사의 투자 활성화와 망 구축 의무가 이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박지성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