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칼럼] 4.13 여의도 상륙작전](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2102102251673001[1].jpg "[임윤규 칼럼] 4.13 여의도 상륙작전")
디지털 시계가 1초, 1초 흘러 0을 향해 달려갔다. 그 사이 인간의 뇌세포는 수백 수천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모은다. 마지막 순간, 직관은 인간의 최종병기가 되어 한 지점을 향한다. 숨소리 하나 들을 수 없는, 표정 하나 볼 수 없는, 차가운 모니터 위에 놓이는 돌. 처음부터 각본은 없다.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국이 있던 그날도 여의도에선 생존게임이 벌어졌다. 인간사 복잡 미묘한 속셈과 전략이 숨어 있는 것 같지만, 정치 게임에선 어지간하면 수순과 진행방향이 읽힌다. 어디로 튈지, 의도가 무엇인지, 답을 알면서도 명분 앞에 돌을 내려놓지 못할 뿐.
시간은 무심히도 4.13을 향해간다. 오는 24, 25일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니, 물리적으로도 선거의 막은 올랐다. 하지만 등록일이 나흘 앞인데도 후보자가 여전히 안개 속인 곳이 많다.
새누리당 공천은 전쟁이다. 마지막 돌이 놓일 때까지 김무성 대표의 추인을 놓고 '옥새전쟁' 얘기가 나올 만큼 비주류 세력의 저항은 만만찮다. 공천과정에서 주류세력이 보인 집요함과 철저함, 냉정함의 역설이기도 하다. 친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을 낙천하며 충격파를 던졌으나, 거대여당의 공천 파열음은 아직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은 뇌관이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스스로 탈당 혹은 불출마를 결단하라며 압박한다. 이번 주 새누리당의 비주류연대가 형성될 것인지 관심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자의 길을 선택해 쪼개진 채 총선을 치르게 됐다.
친노·비노 투쟁에서 분당까지 이른 더민주는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을 낙마시키며 싸움을 완결 지으려 하고 있다.
탈당과 무소속출마가 이어지며, 후보자 등록 일까지 더민주의 행마도 나쁜 맛들을 남겨두고 있다. 국민의당은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단순해졌다. 야권통합에 목소리를 보태던 천정배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뜻을 같이하면서 게임이 싱겁게 됐다. 통합파로 남았던 김한길 의원은 고뇌 끝에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4.13 여의도 상륙작전, 24일 남은 20대 총선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각 당이 내 세운 비례대표의 면면은 당의 정체성과 색깔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새누리당은 안개 속이다. 정책선거는 어느 곳에서도 없다. 자기편끼리 치고받고 세력 싸움하느라 외부에 드러낼 공약이나 제대로 챙기겠나.
대국이 진행될수록 우린 인공지능 알파고의 실수를 바랐다. 복잡한 형국에서 알파고의 몇 수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놓이면서, 우린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공지능의 실수,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안심이기도 했다. 안도의 배경에는 두려움이 있다. 최근 방한한 롭 하이 IBM 왓슨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래부 주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 인공지능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악의 성적표를 낸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총선에 임하는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을 보면서 인공지능을 생각한다. 진박 친박 비박 친이 친노 비노, 언제쯤 특정인에 종속된 '입법기관'들의 행태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 후진적 정치시스템이 자격 없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고, 유권자는 오류가 분명한데도 그들에게 투표를 강요받는다.
인간의 완전하지 못함, 오늘 새삼 두렵다.
임윤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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