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실패가 끝까지 갔다
첫판에 질거라 생각 못해
이렇게 완벽할 줄은… "
첫판에 질거라 생각 못해
이렇게 완벽할 줄은… "
◇ 인터뷰 이세돌 9단
'바둑의 제왕'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든 구글 프로그래머에 존경을 표했다.
이 9단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기의 대결'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패(경기 도중 포기하고 돌을 던지는 것)를 당한 후 굳은 표정으로 대국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선 이 9단은 "너무 놀랐고, 사실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초반 실패가 끝까지 갔다. 알파고가 이렇게 완벽한 줄 몰랐다. 알파고를 만든 프로그래머에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알파고의 승리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이 9단은 경기 전날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은 인간의 직관을 인공지능이 따라잡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하지만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알고 나니 다섯 판 중 한판이라도 인간적인 실수가 나오면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첫 패가 1국은 아니었다. 그는 "첫판에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이 9단 만큼이나 손에 땀을 쥔 이도 있었다. 집에서 TV로 대국을 지켜보던 이 9단의 어머니 박양례씨(70)는 "기계와의 대국이 처음인 만큼 오늘 경험을 바탕 삼아 다음 대국을 벌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아들을 위로했다.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동료 프로기사들이었다. 이들은 백이면 백, 이 9단의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국 실시간 해설을 진행한 김성룡 프로 9단은 알파고 수에 대해 "오늘 알파고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바꿔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도 이기는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일부러 손해를 보고 간 것 같다"며 "알파고가 전체적인 계산에서 승산이 있으니 그렇게 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혜연 9단은 "이 9단의 1국 패배로 프로기사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인공지능이 이렇게까지 발달했다는 것은 프로기사도 이제 다른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이 9단의 5대0 완승을 자신했으나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면서도 "하지만 이 9단이 그간 힘든 승부 끝에 이겨온 만큼, 다음 승을 기대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제 네 번의 대국이 남았다. 이 9단은 이번 구글의 알파고 대국 제안에 3분 만에 수락했을 만큼 대국을 즐겼다. 100만 달러(12억원)의 상금이 적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그는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은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직접 두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번 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그는 "이번 경기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꼭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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