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산업혁신`을 가로막는 사회](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29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산업혁신`을 가로막는 사회")
대한민국 사회는 이상하다. 겉으로는 혁신과 변화를 떠들면서 막상 하려면 벌떼처럼 일어나 막아선다. 일선 산업 현장에서 특히 빈번하다. 이러한 장벽에 막혀 혁신하는 게 겁이 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자기 것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기득권과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 구조 개편이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면 눈치를 봐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인력 조정의 문제, 밖으로는 사회적 반감이라는 높은 벽 등은 물론 예기치 못한 것도 나온다. 삼성이나 현대차, 위기에 직면한 조선 3사가 그렇다. 기업에 의해 삶을 이어가고 발전해 왔으면서 기업 활동을 막아선다.
정부가 규제의 방식을 정해준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정하는 '네거티브'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규제의 틀로 먹고사는 공직 사회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고,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경제가 최근 정체도 모자라 후퇴하고 있는 것은 기존 제도의 틀이 효용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 한 자리에서 국무총리에게 경제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하고, '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경제인들의 하소연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기존 틀에 묶여 후퇴하는 사이 중국은 우리를 바짝 추격했고, 일부에서는 추월했다.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막대한 시장이 원동력이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이미 조선과 철강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스마트폰과 TV 같은 전자 분야는 물론 자동차와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서조차 우리를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 중국산은 가격은 싸도 품질은 떨어진다는 말은 옛말이다. 기존 방식으로 우리가 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의 추격 대상인 미국도 더 멀리 달아났다. IT 분야에서 우리를 크게 앞서고 있을뿐더러 미래산업인 드론과 3D 프린터, 전기차, 바이오 등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자본과 시장, 기술력과 기업 하기 좋은 풍토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강점이 없다.
결국 중국과 미국의 틈새에 낀 우리가 갈 길은 뻔하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신만이 답인데, 안에서 발목을 잡다 보니 해결책이 안 보인다. 각종 규제에 묶이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고임금 구조에 치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어쩌란 말이냐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은 이런 사업을 하면 안 되고 인력은 어떻게 운용하고 하는 등 제도뿐만 아니고 이를 막는 사회의 시선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혁신의 기회마저 뺏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애플이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 삼성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하며 그렇게 못한 삼성을 질책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을 막은 주체는 바로 그들이다.
얼마 전 '원샷법'이 통과하면서 기업의 M&A 등을 수월하게 풀어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수년째 국회 책상에서 잠자며 기업의 변신을 막는 것은 여전히 문제다. 혁신은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한 이후에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사례에서 변화하지 못한 사회가 어떻게 지리멸렬했는지 익히 봐 왔다. 뻔히 답을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
이근형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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