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치매와 `잃어버린 기억`](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13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치매와 `잃어버린 기억`")
기억이란 시험지에 모범답안을 쓰는 것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다. 우선 기억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저 냄새 나는 잎사귀는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곳을 가면 먹을 게 많고, 저 수풀 속에는 뱀이 많아 위험하고, 이쪽으로 가야 내 둥지가 있다는 것들을 기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억은 감정과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헤어진 연인은 옛 추억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첫인상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평생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 데에는, 처음 만나서 느꼈던 감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아 형성에도 중요하다. '자아형성'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커왔는지 등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기억들이 합쳐진 것이 '나'라는 자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길을 잃거나, 가족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사라지는 상태로 환자 자신과 가족이 불행에 빠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수는 55만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되며, 10년 뒤인 2025년에는 100만명 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세계적으로는 6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기억에 대한 탐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현재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지만 또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개척자들의 위대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 중 정신과 의사인 에릭칸델은 바다 달팽이를 이용해 단기 기억, 장기 기억에 대한 분자 기전을 밝혀 내어 200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학습에 따른 신경세포 간 시냅스 연결의 강화'라는 신경세포생물학적 기억 기전에 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이 있어 왔다. 사람들은 기억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실제 뇌에 남게 되는지를 궁금해왔다. 래쉴리는 처음으로 이 뇌에 남는 기억흔적·소자(engram)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engram은 elusive'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최근 스스무 도네가와는 광유전학적(optogenetics) 연구기법을 활용하여 engram의 실체를 찾아내(engram cell network),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고 보고하는 경지까지 이르렀으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14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자인 존오키프와 모세르 부부는 각각 해마(hippocampus)의 위치세포(place cell)와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의 격자세포(grid cell)를 발견하고 이 신경세포들이 공간 인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부위가 치매환자의 뇌에서 조기에 손상되는 곳으로 환자가 길을 잃는 것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인류의 뇌에 대한 이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많이 남기를…
윤승용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MRC 세포기능장애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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