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곤충, 천연물 기반 신약개발의 `보고`](http://contents.dt.co.kr/images/201512/20151216021034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곤충, 천연물 기반 신약개발의 `보고`")
천연물은 생명체에서 생산하는 대사물질로서 인간에게는 주요한 신약개발의 원료 물질로 이용되어 왔다. 현재까지 개발된 신약 중 약 절반가량이 천연물 자체 물질, 천연물로부터 유도체화한 물질, 천연물을 모방하여 만든 물질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일본의 오무라 교수가 토양 박테리아의 일종인 방선균의 천연물로부터 개발한 기생충약 아버멕틴과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개똥숙에서 생산하는 물질로부터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테미시닌은 이들 천연물과학자들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주요 업적으로서 천연물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은 1970년대 발견한 물질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이 시기의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천연물 연구로 인해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천연물로부터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속도가 둔화되고, 같은 시기에 다수의 유기 화합물을 동시에 합성할 수 있는 유기합성 기법인 조합화학(combinatorial chemistry)의 기술이 나타나면서, 대부분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천연물 연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존에 알려진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조합화학으로부터 신약개발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그 사이 기존 약들에 내성을 보이는 병원성 균주, 암세포주의 출현 및 기존 약품에 대한 부작용 문제로 인하여 천연물에 기반한 신약개발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과거 천연물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기존에 알려진 물질을 재발견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천연물 연구에 새로운 미래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기존에 연구가 되지 않은 환경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대사물질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물질 탐색 대상인 기존에 연구가 되지 않은 환경 중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도 최근 곤충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7세기에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도 일부 곤충을 약재로 사용하는 것을 기술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한약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곤충 자체보다 곤충에 공생하는 미생물을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의 공급원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화학자들이 1950년대 딱정벌레의 일종으로부터 발견한 세포독성물질이 딱정벌레에 공생하는 박테리아로부터 생산된다는 사실이 2000대 초반 밝혀지면서, 천연물학자들이 곤충 공생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리활성물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1870년대부터 연구되고 있는 남미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농사 짓는 개미의 경우에 먹이가 되는 곰팡이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곰팡이를 억제하기 위해 공생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천연물을 이용한다는 재미있는 사실이 1990년대 말에 네이처(Nature) 논문을 통해 규명되고, 2000년대 후반 본 연구자의 후속 연구로서 이 천연물의 구조가 밝혀짐으로써, 곤충 공생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물질이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의 보고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미국 남부에 서식하는 소나무 딱정벌레의 경우에도 소나무를 점령하여 산란하고 유충을 키우는데, 유충의 먹이가 되는 곰팡이를 산란 장소에 함께 접종하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공생 박테리아를 먹이 곰팡이와 함께 접종하여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물질로 먹이 곰팡이를 보호하고 있음을 본 연구자가 규명하여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독일 연구진들도 곤충 공생 미생물로부터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천연물을 비롯한 물질을 기반으로 하여 항암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의 내인성리간드 신호조절 항암제연구센터에 소속되어 있는 본 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소똥구리, 누에, 왕개미, 불개미, 꿀벌, 송장벌레, 남가뢰 등으로부터 기존에 연구되지 않은 공생 미생물을 분리하고, 이들의 생리활성 천연물을 연구해 구조적으로 새로운 천연물을 발견,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들 천연물을 기반으로 하여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내인성리간드 신호를 조절하는 항암제 선도물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몇몇 곤충에 공생하는 미생물로부터 발견한 생리활성 천연물을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물질 탐색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곤충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생물학적 다양성이 가장 뛰어난 것을 고려하면(100만종이 보고됐으며, 500만종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 그 곤충들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은 실로 엄청날 것이며, 이들 공생 미생물이 생산하는 연구되지 않은 생리활성물질의 다양성은 추정하기 힘들 정도로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동의보감 시대에 약제로 인식되었던 곤충이 공생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생리활성물질 천연물의 보고로서 천연물 연구에 있어서 재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천연물 기반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동찬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MRC 내인성리간드 신호전달조절 항암제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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