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창조적 혁신 구조 전환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12/20151214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창조적 혁신 구조 전환 시급하다")
최근 삼성그룹을 비롯해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대표 그룹사들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사업을 선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또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도 장차 자동차가 커다란 통신장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사물인터넷(IoT)와 5세대(G)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 서비스 관련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BMW, 벤츠 등 기존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IT 기업까지 미래 스마트카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할 전망이고, 10년 후인 2025년 쯤에는 전기차가 한 해 자동차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세계 각국과 주요 기업들이 스마트카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2015년 현재에서 시간을 거슬러 20년도 훨씬 넘는 1990년대 초반으로 무대를 옮겨보자. 당시엔 전기차란 꿈도 못 꿨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그 때 이미 미국 GM이 순수 배터리로만 달리는 전기차를 만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만여대 판매해 대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주유소 마당에는 이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팩 교체기가 설치됐다. 얇고 넓적한 배터리 팩 위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충전이 된 배터리를 뽑아 자신의 전기차 배터리와 교체해 낄 수 있게 돼 있었다. 지금처럼 플러그를 꽂아 10분 이상 충전할 필요 없이 바로 배터리만 갈면 되는 방식이었는데, 배터리 비용도 저렴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판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이었다.
그러나 GM의 이 전기차는 얼마 가지 않아 생산이 중단됐다. 전기차가 많이 팔리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 엑손모빌 등 대형 정유사들이 정부에 GM 전기차 생산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는 정유업계의 로비가 그대로 먹힌 것이다. 그 이후로 약 20년간 전기차는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창조는 엄밀히 말하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것들을 엮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창조가 아니다. 단지 결합이고, 융합일 뿐이다.
창조적 혁신은 기존 경제·산업의 질서, 기득권을 인정해주면 발화할 수 없다. GM의 순수 전기차를 미국 정부가 적극 장려해 보급했다면, 이미 세계 스마트카 시장은 20년 전에 미국 중심으로 갔을 것이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물론 전기차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내연기관과 관련 부품을 버리고, 모든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꾼다면 단기적으론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질 것이다. 기존 산업계와 이해 관계자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은 불을 보듯 훤할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혁신을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패러다임을 스마트카로 바꿔나갔다면 이미 승패는 갈렸을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창조적 파괴로부터 나온다. 창조는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엄청난 산통을 겪듯, 창조적 산물을 얻기 위해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고통 뒤엔 새롭고도 놀라운 창조의 열매가 자랄 것이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현재 우리의 조선, 철강, 화학 등 제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생명 연장을 위한 세금 수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빠르게 미래 창조 신산업으로 주력산업을 전환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을 것이란 걱정 어린 목소리가 높다. 혁신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새로운 창조의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묻고 싶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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