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린 후 자금회수 수단
거래정보 파악안돼 사각지대
거래정보 파악안돼 사각지대
■ 긴급진단 증권가 강타한 ‘블록딜 게이트’
(상) 검은 돈의 유혹
주가조작 세력과 기관투자자의 결탁에 의한 부정부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연말 증권가를 꽁꽁 얼리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 증권사는 물론이고 한국거래소 직원까지 금품을 받고 불공정거래에 가담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회에 걸쳐 증권가의 모럴 해저드 실태와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
◇주가조작 세력·기관투자자, '검은 돈'으로 유착=하반기 들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적발한 증권가의 대형 비리만 3건이다. 먼저 지난 9월 국내 한 증권사에서 법인영업팀장으로 근무하던 한모씨가 구속됐다. 그는 2010년 주가 조작 브로커로부터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식을 기관투자자나 외국계펀드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또 브로커로부터 받은 1억원 중 8000만원을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주고 이 회사 주식 12만주를 넘겼다. 이어 10월에는 뒷돈을 받고 주식 매수에 개입하는 등의 비리에 연루된 외국계 금융기관 임직원 4명과 전 금융사 직원, 브로커 5명 등 총 14명이 적발됐고 이중 11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금품수수 및 주가조작, 기관투자자 매수 알선, 내부 정보 이용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발표된 카카오 사건은 증권사, 주가 조작세력은 물론, 거래소 직원까지 연루돼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에 가담한 사람은 블록딜 중개를 해 준 최모 거래소 직원을 비롯해 주가조작을 한 KB투자증권 이사 박모(47)씨 등 19명과 증권사 직원 윤모(37)씨 등 8명까지 무려 27명에 이른다.
◇블록딜로 재미보는 증권사 직원,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에게=증권사가 불법 거래에 가담하는 방법은 주로 블록딜 중개다. 블록딜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대량 주식 매매로 장 시작 전이나 마감 후 대량의 주식을 매도자와 이를 살 수 있는 매수자 간에 거래를 체결시켜주는 제도다. 시장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 대상이다.
불법 거래 조직은 블록딜의 사각지대에 주목한다. 검은 돈의 흐름은 주로 '작전 세력→브로커→증권사·자산운용사 임원→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데 '작전 세력'이 주가를 올린 후 엑시트(exit·자금회수)하는 수단으로 블록딜을 선호하고 있다. 거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로커의 청탁을 받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현직 임원이 다른 금융기관 펀드매니저에게 친분 관계나 금품을 이용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작전 세력의 차익 실현을 돕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이 블록딜 중개 대가로 받는 금액은 대체로 1억 원 안팎이다.
블록딜 결과로 주가 급락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블록딜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호재가 있는 것으로 짐작해 따라서 매수한 개미투자자의 경우 주가 하락의 손실을 보게 된다. 블록딜에 사용되는 자금은 대부분 공모펀드를 통해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가 폭락할 경우 펀드에 가입한 개인들이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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