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높게 쳐놓는 것과 대조적으로 선진국에서는 대기업들이 수시로 액면분할을 실시해 최대한 많은 개인주주를 두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들 수 있는데, 이들 국가는 무액면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어 기업들이 주식분할을 수시로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미국의 S&P 500과 일본 니케이225의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중 미국은 10종목 모두, 일본은 8종목이 주식분할을 실시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주식분할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주주 친화적 정책'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 증대로 주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투자자들이 고가 주식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 보고,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식분할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기업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여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홍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업 이익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이 이들을 주식분할로 이끌고 있다. 주식분할을 단행하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기회는 높아지고 주식의 유동성이 늘어난다. 기업은 추가적인 자금을 쓰지 않고도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9종목은 주식 분할 후 주가와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중 5종목은 주식분할 이전에도 주가 상승세를 보였으며 분할 이후 상승률이 크게 증가했다. 거래량은 주식분할을 한 모든 종목에서 증가를 보였다. 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경우 주식분할을 한 8종목 중 5종목이 주식 분할 후 주가가 상승했고, 8종목 모두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일례로 주식분할 후 2개월 기준 주가는 애플이 3.1%, 마이크로소프트 3.8%, 버크셔해서웨이 17.7%, 존슨앤존슨 6.3%, 웰스파고 4.6% 등의 증가를 보였다.
같은 기준 거래량은 애플 1359.5%, 마이크로소프트 36.2%, 버크셔해서웨이 3229.1%, 존슨앤존슨 66.4%, 웰스파고 92.6% 등으로 늘었다.이처럼 주식분할이 유동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미국의 다우존스 같은 경우 산업평균지수에 들어갈 수 있는 주가 상한선을 아예 150달러로 정해두고 있다. 평균 주가는 절반 수준인 86달러에 그치고 있다. 주식 거래의 대중성을 높여 유동성을 유지하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액면분할의 긍정적 사례는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올해 5월 액면분할을 시행한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 주식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은 기존 27.2%에서 60.0%로 120.6% 늘었다. 전체 일평균 거래량 역시 16만6670주에서 45만8374주로 증가했다. 주가 역시 크게 올랐다. 액면분할 결정일인 지난 3월 3일을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5%로 나타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상승률은 28만6000원에서 44만5000원으로 56%를 기록했다. 일평균 시가총액 비중은 15조3660억원에서 23조5650억원으로 53.4% 증가했다. 앞서 제일기획, 현대그린푸드, 녹십자홀딩스 등 기존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들도 변경 상장 후 주가와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 액면분할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또 액면분할로 시가총액 규모가 커지게 되면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액면분할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애플의 경우 2014년 6월 9일 주식 분할 전 시가총액 5607억달러 기준 10% 유상증자를 하면 560억7000만달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주식분할 후 시가총액 6392억 달러 기준 639억20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