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후발주자 어려움 특화 서비스로 극복
강남권 일대 이용자 급증… 지역 확장 계획
인생담긴 빨랫감 소중… 30분 불만 듣기도
강남권 일대 이용자 급증… 지역 확장 계획
인생담긴 빨랫감 소중… 30분 불만 듣기도
(20) 위시스왓
일본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국내서도 전파를 탄 '심야식당'.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벤처 업계에도 심야식당과 같은 곳이 있다. 온종일 영업 미팅으로 돌아다니다 퇴근 무렵 회사로 복귀하면 어느새 땀 냄새 범벅이 된 와이셔츠를 처리하기 곤란한 A씨. 하루 10시간 이상 더운 불 앞에서 요리만 하다 녹초가 돼 집에 돌아오자마자, 벗은 옷에서 나는 각종 음식 냄새로 또 한 번 얼굴을 찡그리는 B씨. 취업 준비로 집에선 잠만 자다 보니 원룸 방 한구석에 쌓여가는 빨랫감을 내버려두는 C씨.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고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는 '마스터'가 있다면, 벤처 업계엔 그들의 하루가 담긴 빨랫감을 거둬들여 산뜻한 새 옷으로 바꿔주는 '세탁특공대'가 있다.
세탁특공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세탁물을 주문받고, 대신 거둬 세탁한 후 배달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미국에는 '워시오'(Washio), 영국에는 '런드랩'(laundrapp)과 같은 세탁 배달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
6일 세탁특공대를 서비스하는 워시스왓의 남궁진아 공동대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고민했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직방' 이 대표 서비스로 있었고, 식당 관련 맛집 추천서비스는 너무 많아서 후발 주자로는 경쟁력을 찾기 어려웠다"며 "시장 조사를 해보니, 부동산 중개업소나 식당만큼 눈에 많이 띄는 곳이 세탁소였고, 세탁소 사장들을 여럿 만나면서 모바일 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워시스왓이 첫 서비스 지역으로 선택한 곳은 서울 강남구였다. 이미 강남구 일대에는 세탁물만 거둬 배달해주는 시장이 있었다. 이들은 세탁소와 계약을 맺고 오전과 오후 일정 시간대에 배달만 담당했다. 그리고 세탁 비용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워시스왓은 이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로 했다. 대신 차별점을 뒀다. 일단 굳이 세탁소에 방문할 필요 없이, 앱으로 서비스 예약을 받았다. 24시간 내 배달을 완료한다. 배달 시간대도 밤 12시까지로 늘렸다. 앱에서 바로 결제도 가능하다.
남궁진아 대표는 "언뜻 세탁물을 수거하고, 다시 배달하는 단순 노동 서비스라 창업이 쉬워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런 분들에겐 '한 번 해보시라'는 말을 먼저 한다. 몸이 힘든 것보다 다양한 고객 취향에 맞춰 대응하고 서비스를 개선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소위 조직 폭력배나 강남 사모님도 세탁특공대 손님이다. 때론 피 묻은 와이셔츠도 건네받고, 면바지 다림질 때문에 30분가량 손님 앞에 서서 불만을 듣기도 한다. 어떤 인생이 담긴 빨래감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아직 좌충우돌이지만, 그래도 세탁특공대는 꿈이 있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강남구 물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 직원도 충원하고 서비스 지역도 늘릴 예정이다.
남궁 대표는 "세탁물을 전달하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세탁특공대원들 채용과 서비스 교육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세탁이 필요할 때는 세탁 특공대'라는 구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진아, 예상욱 두 공동대표의 나이는 스물아홉이다. 지난 2년간 여러 스타트업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본인들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남궁 대표는 자신처럼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 주에 120시간 가량 일하다 보니 삶과 일의 밸런스가 전혀 없다"며 "뭔가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친구들이 있는데, 초반에는 모든 것을 올인해도 될까 말까 하다. 정신 무장을 하고 뛰어들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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