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CDMA방식 이통서비스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 허가 등
정보통신 · 바이오 분야 성과 주목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 허가 등
정보통신 · 바이오 분야 성과 주목
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국제사회는 냉전체제 붕괴로 인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념과 군사력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관계가 중요해졌고, 1995년 새로운 국제무역과 투자 규범을 정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세계화 흐름에 동참했지만, 급속한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한국 경제는 급속도로 추락,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세계화와 외환위기는 과학기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직접적인 기술개발 지원을 규제하는 국제규범에 따라야만 했으며, 1992년 UN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리우선언에 따라 환경문제도 산업과 과학기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의 연구부서가 가장 먼저 문을 닫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몸집만 불리던 기업들은 역사에서 사라져갔다.
우리나라는 위기 속에서도 경제사회 전반이 지식·정보를 중시하는 정보화 사회로 전환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민간기업과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해 전략기술 분야에 과학기술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적 국가 R&D 사업을 통해 핵심원천 기술을 개발, 반도체·이동통신·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품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 경험은 이후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에서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유용한 자산이 됐고 자동차, 조선, 철강, 정밀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고효율의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0년대 대표적인 국가 R&D 사업인 '선도기술개발사업(G7 프로젝트)'을 통해 1994년 고선명 디지털TV가 개발됐고, 반도체 부문에서는 1993년 64M D램이, 1994년 256M D램도 개발돼 세계 정상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기반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초대형 TFT-LCD가 개발됐고,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해 이동통신 분야의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밀화학 분야에서는 의약품 개발이 활발히 전개돼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산 신약 1호로 허가를 받았다. 1992년부터 수행된 선도기술개발사업의 신의약·신농약 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원료합성 단계에서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신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의약품 개발 기술력이 높아졌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핵심기술인 엔진기술의 자립이 이뤄졌다. 1991년 현대자동차는 순수 국산기술로 제작한 '알파엔진'을 선보여 독자 엔진을 장착한 진정한 의미의 국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남양연구소를 설립, 국제 규모의 주행시험장과 엔진시험실 등 자체 연구시스템을 마련해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
남도영기자 namdo0@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