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다른 IT선택](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2702102251699001[1].jpg "[한민옥 칼럼]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다른 IT선택")
"IBK기업은행의 유닉스 전환이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 통일된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최근 만난 기업은행의 IT본부 부행장은 지난해 10월 6일 가동한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 비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체계를 꼽았다.
경영진이 IT본부의 결정을 존중해 전사적으로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큰 혼란 없이 시스템을 전환·가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2012년부터 2년 간 1300여명의 개발자를 투입해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은 여신, 수신, 외환 등 핵심 시스템을 비롯해 신용카드와 정보계, 통합 IT서비스 관리 등 기업은행의 IT시스템 전체를 포함한다.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해 9개월 넘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며 은행권의 대표적인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기업은행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KB국민은행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국민은행의 IT시스템을 둘러싼 잡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사업으로 내홍을 겪은데 이어 이번에는 스토리지 도입사업에서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은행에 유독 IT 내홍이 심한 것은 낙하산 인사와 계파 간 알력싸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IT 의사결정체계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금융은 물론 전 금융권을 혼란에 빠트린 'KB사태'가 그 방증이다.
주지하다시피 KB사태의 발단은 셜리 위 추이 전 한국IBM 대표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보낸 한 통의 메일이었다. 당시 추이 대표는 이메일에서 메인프레임이 유닉스 전환보다 수백억원 가량 비용이 저렴하며, 많은 돈을 주고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은 배임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일 한 통에 이 전 행장은 IT부서가 1년여를 검토해 온 프로젝트를 뒤엎었다.
이 전 행장이 IT를 조금만 알았거나 IT부서를 믿었다면 어땠을까. 각종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비용, 인건비, 교육비 등은 빼놓은 채 서버만으로 메인프레임이 유닉스보다 저렴하다는 단순 비교를 쉽게 믿지도, 또 주전산기 교체에 얼마의 기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프로젝트를 원점으로 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회장과 행장의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 끝에 국민은행은 오는 2020년 7월까지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재계약했다.
IBM의 약속대로 국민은행은 기존에 비해 메인프레임 사용 비용을 다소 줄였다. 대신 그와 맞바꾼 사내·외부의 신뢰도 추락은 비용으로 산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이번 스토리지 도입 논란도 KB사태와 흡사하다. IT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특정 업체의 말만 믿고 특정 제품을 선정했다. 국민은행 측은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하나 충분한 기술적 검토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윤종규 회장 취임 후 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 계열사들이 변하고 있다. 리딩뱅크의 위상을 탈환하겠다는 경영진의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IT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KB사태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KB사태가 보여줬듯 IT에 무지한 경영진은 언제든 조직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아직도 IT를 보안사고나 내지 않으면 되는 오프라인 금융의 온라인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가.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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