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키운 병원내 감염·응급실 과밀화 해결 열쇠
'일부 허용'조치에 의료계 밥그릇지키기 반발 여전
"ICT활용 u헬스가 최적솔루션"…조기 도입론 대두
'일부 허용'조치에 의료계 밥그릇지키기 반발 여전
"ICT활용 u헬스가 최적솔루션"…조기 도입론 대두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가 원격의료 허용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로 문을 닫은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던 환자에게 전화와 팩스를 이용한 약 처방을 한시 허용했지만, 의료계는 원격의료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적 비상사태에도 불구,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원격의료 도입 반대 논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메르스 사태를 키운 핵심 원인인 병원 내 감염과 응급실 과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원격의료 체계만 미리 갖추고 있었다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첨단 ICT기술을 활용한 u헬스가 감염병 초기 대응에 최적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메르스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병원 환자 전화 진찰·처방 무조건 반대"=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후 재진 환자에 한해 담당 의사에게 전화로 진찰을 받은 후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의사가 환자를 전화로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중대한 국민보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게 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외래진료가 재개될 때까지 전화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침이 나오자 그동안 원격의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온 의료계 단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불법적으로 허용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대형병원에만 특혜를 주고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오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원격의료를 위한 야합이라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반대주장이 거세자 복지부는 방침을 선회해 우선 협력·협진 의료기관 2650곳을 활용한 의약품 처방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환자 자택 근처에 협력 의료기관이 없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화처방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 메르스 사태로 부분 폐쇄된 좋은강안병원 환자들이 전화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려던 부산시 역시 방침을 철회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국가적 비상상황에도 영역 싸움 때문에 훨씬 효율적 방법을 두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데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분야 한 전문가는 "원격의료 도입을 두고 10년 넘게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는 의료계의 이기주의가 합쳐진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원론적 도입 논의에서 벗어나 원격의료에 대한 다양한 활용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감염병 관리 최적 솔루션=의료현장에서 원격의료 도입이 가로막힌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생물테러나 새로운 감염병 위협을 막기 위해 원격의료 활용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원격의료로 연간 30만명이 진료를 받는 캐나다 '온타리오원격의료네트워크(OTN)'는 원격의료를 통해 지역 내 감염병 발생을 조기 감시하고, 주민들에게 실시간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축적한 원격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면 감염병 발생 시 위험한 응급 환자를 분류하는 등 신속한 대응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서 메르스 확산 진앙지가 된 병원 내 환자·의료진 감염도 원격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 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리처드 새크라를 치료한 미 네브래스카메디컬센터는 환자 치료에 원격의료를 활용했다. 미국 내 4개 에볼라 치료시설 중 가장 큰 생화학 봉쇄시설을 갖춘 이 센터는 원격 영상진료를 통해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의료진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전자청진기 등 u헬스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감염병 진료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에볼라 진앙지인 서부 아프리카에는 의사와 환자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로 상담을 받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됐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ICT 국제단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에볼라 초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원격의료는 감염병 온상이 된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로체스터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원격의료가 노인 응급실 방문의 20%, 소아 응급실 방문의 25%를 대체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텔라닥(Teladoc)' 등 원격의료 업체들은 원격의료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원격의료 상담을 받으면 불필요한 응급실 진료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u헬스 분야 한 전문가는 "여러 해외 연구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응급실과 입원 병상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감염병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상황에 맞는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하지만 원격의료는 메르스 사태를 키운 핵심 원인인 병원 내 감염과 응급실 과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원격의료 체계만 미리 갖추고 있었다면 이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첨단 ICT기술을 활용한 u헬스가 감염병 초기 대응에 최적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메르스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병원 환자 전화 진찰·처방 무조건 반대"=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후 재진 환자에 한해 담당 의사에게 전화로 진찰을 받은 후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의사가 환자를 전화로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중대한 국민보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게 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외래진료가 재개될 때까지 전화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침이 나오자 그동안 원격의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온 의료계 단체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불법적으로 허용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대형병원에만 특혜를 주고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오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원격의료를 위한 야합이라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반대주장이 거세자 복지부는 방침을 선회해 우선 협력·협진 의료기관 2650곳을 활용한 의약품 처방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환자 자택 근처에 협력 의료기관이 없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전화처방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 메르스 사태로 부분 폐쇄된 좋은강안병원 환자들이 전화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려던 부산시 역시 방침을 철회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국가적 비상상황에도 영역 싸움 때문에 훨씬 효율적 방법을 두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데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분야 한 전문가는 "원격의료 도입을 두고 10년 넘게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는 의료계의 이기주의가 합쳐진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원론적 도입 논의에서 벗어나 원격의료에 대한 다양한 활용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감염병 관리 최적 솔루션=의료현장에서 원격의료 도입이 가로막힌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생물테러나 새로운 감염병 위협을 막기 위해 원격의료 활용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원격의료로 연간 30만명이 진료를 받는 캐나다 '온타리오원격의료네트워크(OTN)'는 원격의료를 통해 지역 내 감염병 발생을 조기 감시하고, 주민들에게 실시간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축적한 원격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면 감염병 발생 시 위험한 응급 환자를 분류하는 등 신속한 대응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서 메르스 확산 진앙지가 된 병원 내 환자·의료진 감염도 원격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 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리처드 새크라를 치료한 미 네브래스카메디컬센터는 환자 치료에 원격의료를 활용했다. 미국 내 4개 에볼라 치료시설 중 가장 큰 생화학 봉쇄시설을 갖춘 이 센터는 원격 영상진료를 통해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의료진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전자청진기 등 u헬스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감염병 진료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에볼라 진앙지인 서부 아프리카에는 의사와 환자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로 상담을 받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됐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ICT 국제단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에볼라 초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원격의료는 감염병 온상이 된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로체스터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원격의료가 노인 응급실 방문의 20%, 소아 응급실 방문의 25%를 대체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텔라닥(Teladoc)' 등 원격의료 업체들은 원격의료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원격의료 상담을 받으면 불필요한 응급실 진료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u헬스 분야 한 전문가는 "여러 해외 연구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응급실과 입원 병상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감염병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상황에 맞는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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