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무장 3인방, 국민내비 '김기사' 대박
특화서비스 호응… 내비앱 1000만 다운 돌파 유일
올 다음카카오에 626억에 인수… '제2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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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록앤올
"그렇게 하고 싶으면, 아파트를 내 명의로 바꿔놓고 하세요."
잘나가던 코스닥 상장사에서 임원까지 하던 남편이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답답한 아내는 '최후의 보루'로 아파트를 요구했다. 39살, 이제 곧 40대를 눈앞에 둔 사람이 창업을 고집하니, 아내 눈에는 그저 철없는 남편이었다. 아파트 명의 이전은 한 달을 설득한 끝에 아내가 마지막으로 내건 제안이다. 남편은 아파트 명의를 아내 이름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한 후,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약속은 회사를 창업한 지 4년이 지나서야 지켰지만, 그는 그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가 만약 아내 바람대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최근 벤처 업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김기사'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는 실패를 걱정했지만, 저는 성공할지 망할지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투수가 메이저리그를 꿈꾸듯, 직장 생활 10년 내내 내 회사를 직접 차려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되든 되지 않든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록앤올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환 록앤올 창업자는 5년 전 선택했던 창업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2010년 5월, 박 대표는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 동아대 동창이었던 김원태 공동대표와 부산대학원 동기였던 신명진 부사장과 함께 록앤올을 창업했다. 세 명이 각자 회사 퇴직금 5000만원씩을 모아 총 1억5000만원의 초기 설립 자금을 마련했다..
창업했지만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가 탄생하기까지는 10개월이 걸렸다. 내비게이션은 방대한 양의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고난도 서비스다. 그래서 SK텔레콤(티맵), KT(올레내비), LG유플러스(유플러스내비) 등 대형 통신사가 유일하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했다. 이런 사업을 직원 10명도 안 되는 벤처가 하겠다고 뛰어들었으니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 싸움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록앤올엔 대기업이 가진 자금 대신 '기술'과 '노하우'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박 대표와 김 대표, 신 부사장은 대학원에서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전공한 전문가다. 박 대표가 사표를 썼던 코스닥 상장사는 KT와 LG유플러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작, 관리해주던 외주 업체 포인트아이였다. 박 대표는 이 외주업체에서 내비게이션 사업을 총괄했다. 누구보다 내비게이션을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거대 통신사에 대항해 어떤 내비게이션을 만들까 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에 맞는 내비게이션을 만들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당시 통신사가 내놓았던 앱은 피처폰에 있던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수준이었다. 록앤올은 앱 이용자환경(UI)을 벌집 모양으로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진 검색, 트위터로 위치 보내기 등 차별화된 기능을 대거 담았다. 스마트폰 특화 내비게이션을 설정하니 일사천리로 앱 개발이 진행됐다. 이렇게 김기사는 2011년 3월 아이폰 버전으로 세상에 처음 나왔다. 한 달 만에 애플 앱스토어 전체 내려받기 순위가 13위까지 올라갔다. 2012년 1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한 후, 무료로 서비스를 바꾸자 내려받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12년 초 100만건에서 연말에 300만건까지 올랐다. 올 초 1000만 내려받기를 돌파했다. 운전자만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앱이 1000만 이상 내려받기 기록을 세운 것은 처음이다.
김기사는 지난달 다음카카오에 인수됐다. 인수 금액만 626억원(지분 100%)으로, 최근 몇 년 내 벤처 업계 최고금액 인수 사례로 꼽힌다. 3명의 김기사 창업자들은 5년 만에 각자 1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을 기록했다. 김기사는 현 경영진과 직원들 그대로 운영하고, 다음카카오와 사업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제2, 제3의 김기사를 꿈꾸는 창업자에 이렇게 조언했다. "비즈니스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 좋을 때는 누구나 견디지만, 겨울이 왔을 때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혼자 능력으로 견디긴 어렵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많은 경험을 위해 사람을 많이 만나고, 본인을 낮추고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잘났고, 우리 서비스가 최고라는 생각은 오히려 독이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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