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국가·사회 파급력 큰 대형 연구성과 창출에 집중"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
예산 30% 이상 톱다운 과제 우선배정…연구자 부담 더는 '성실실패용인' 적용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초대석] "국가·사회 파급력 큰 대형 연구성과 창출에 집중"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출연연이 꼭 해야 할 연구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이러한 연구에 뛰어드는 연구자들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이 경남 창원에 위치한 연구원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사진=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정부출연연에 주어진 본연에 역할에 맞게 대형 연구성과를 내놓겠다는 강한 각오를 밝히고 이를 연구현장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인류와 국가·사회에 파급효과가 큰 장기·대형·미래성장동력 연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원장의 철학과 전략에 맞춰 전기연구원에서는 기관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추진하는 톱다운 과제에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기관 기본사업 예산의 30% 이상을 우선 배정하고, 과제 기간과 연구비 제한 없이 과제 책임자가 원하는 만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최대한 줘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평가도 특허, 논문, 기술료 등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위주로 바꿔 평가에 대한 연구자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연구에 실패해도 패널티를 주지 않는 등 이른바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적용한다. 연구자들이 외부의 평가 잣대에 맞춰 보여주기식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세상에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

박 원장은 "출연연은 기관의 고유 임무에 맞으면서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구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주면서 장기적인 지원을 하면 국가나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을 만나 기관 운영방향과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내놓은 성과들이 벌써 눈에 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중책을 맡아 업무를 수행한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최근 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대형 연구성과를 내놓을 수 있어 기관장 입장에서 뜻깊게 생각한다. 일선 연구자들이 더 큰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대표적인 대형 성과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국가 전력계통을 통합 제어하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펨토초 레이저', 잠수함 국산화 개발을 위한 '전기선박육상시험소(LBTS) 준공'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에도 국가와 사회, 그리고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굵직한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



-올해 기관이 역점을 두는 사안은 무엇인가.

"앞서 얘기한 대로 국가·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고 보다 많은 분야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대형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 부문에서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공작기계용 정밀제어시스템'을 비롯, 형광 전자내시경, 로봇용 초정밀 서보모터, 노인 친화형 스마트 보청기 등 19개 연구주제를 기관 차원에서 추진하는 톱다운 과제로 정해 집중 연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험 부문에서는 중전기기 생산과 수출에 필수적인 핵심 시험설비를 30년 만에 2배로 증설하는 '4000MVA급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관 차원에서 추진하는 톱다운 과제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톱다운 과제는 기관 고유 임무에 맞고 국가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원천 분야, 민간이 해결하기 힘든 난제기술 분야, 국가 공익적 차원에서 해당 분야의 기술 판도를 바꿀 만큼 파급효과가 큰 대형·융복합·성장동력 과제가 대상이다.

이러한 과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과제에 지원하는 예산과 기간에 상관없이 과제 책임자가 소신껏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사회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톱다운 과제 발굴과 확대에 힘쓰고 있다. 발굴된 톱다운 과제는 대형성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본사업 예산의 30% 이상을 톱다운 과제에 우선 배정하고, 연구자들이 최대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 또 자율과 책임 강화 등 연구조직 혁신을 위해 '임무지향형 하이브리드 연구조직'을 신설, 현재 초전도케이블팀, 직축구동 전기자동차개발팀 등에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2018년까지 톱다운 과제에 배정하는 예산을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많은 6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톱다운 과제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과제 기획 당시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량적 성격이 짙은 논문과 특허, 기술료 등은 평가 시 참고만 할 뿐이다. 과제 수행 중간에 실패해도 패널티를 주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톱다운 과제는 철저히 연구자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장뿐만 아니라 직할부서장도 과제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과제가 종료될 때까지 전적으로 과제 책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톱다운 과제를 성공하기 위해선 우수한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책임자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면서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위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사회 현안 해결 연구가 출연연 고유 임무로 제시됐다. 이에 대한 전략은.

"연구개발 우선순위를 인류, 국가·사회, 기관, 개인의 순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이를 위해 사회·산업 수요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정보 수집과 평가를 토대로 연구주제를 발굴해야 한다. 또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아이디어 공모제' 도입을 통해 연구주제를 발굴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출연연은 인류와 국가·사회에 커다란 영향과 혜택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정해 연구해야 한다. 가치 있는 연구를 위해 기업이 하지 않고 있거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출연연이 해야 할 몫이다."



-최근 R&D의 화두는 융합이다. 전기연의 융합연구 현황과 성공전략은.

"현재 생산기술연구원, 한의학연구원, 재료연구소 등과 함께 융합연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TRI, 화학연구원, 원자력연구원, 기계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등과도 융합연구를 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융합연구단 사업과 출연연 간 실용화형 융합연구에도 참여해 융합연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또는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면서 각 출연연의 고유 임무에 맞는 강점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연구 기획과 연구 책임자 선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과제별 산학연 협의체 등에 참가하는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과제에 반영하는 개방형 연구수행 체계가 마련돼야 융합연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무선 원격검침 등 ICT와 전력산업의 융합이 활발하다. ICT·전력기술 간 융합연구 전략과 활성화 방안은.

"올해 ETRI와 '지능형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 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ICT·전력기술 간 융합연구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스마트 변전소 구현을 위한 ICT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융합연구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둬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연구를 3년 전에 마쳤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 한정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소비할 수 있도록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한 차세대 소규모 전력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개발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전기충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 놨음에도 각종 정책과 제도가 뒤따르지 못해 전기차 보급·확산이 늦어지고 있다. 융합연구로 파생된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로 원활하게 연계·접목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될 때 ICT·전력기술 융합연구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연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역할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고 있나.

"창업에서 사업화 성공까지 원스톱 지원을 목표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을 글로벌 스타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수요단계별 기술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소기업의 라이프사이클과 요구사항을 반영해 성장 단계별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주요 사업비와 연구 노하우, 보유 기술을 활용해 기업이 제품 사업화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과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수요 기반의 중소·중견기업 기술 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기업이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지원하는 'R&D 상용화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해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기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은.

"전기분야는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전기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시스템 중심으로 가야 한다. 시스템은 결국 엔지니어링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변압기, 차단기, 개폐기 등 전력 관련 제품을 단품 형태로 만들어 수출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단품 위주의 수출은 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기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스템을 수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출국, 지역, 제품 활용분야 등에 적합한 표준모듈을 만들어 시스템 기술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은 대규모 시스템, 중소기업은 소규모 시스템을 기반으로 각각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기술 수출 전략과 연계해, 시스템 및 엔지니어링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창원(경남)=이준기기자 bongchu@





[DT초대석] "국가·사회 파급력 큰 대형 연구성과 창출에 집중"


■ 박경엽 원장은…

◇학력

-1975년 부산고 졸업

-1979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9년 영국 맨체스터대(UMIST) 전기공학 석사

-1993년 영국 리버풀대 전기공학 박사



◇경력

-1978∼1981년 효성중공업 전장설계부 사원

-1981∼1988년 전기연 선임연구원

-1993∼1996년 전기연 책임연구원

-1997∼2008년 전기연 스위치기어연구팀장·신전력기기

연구그룹장

-2008∼2010년 전기연 전력시스템연구본부장·스마트그리드

연구본부장

-2010∼2011년 전기연 선임시험본부장

-2011∼2014년 전기연 선임연구본부장

-2014년 10월∼현재 전기연 원장



◇포상

-1988년 전력그룹 기술대상(한국전력공사)

-2000년 과학기술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0년 과학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

-2013년 과학기술진흥 유공 훈장(웅비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