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교육방송이 지난해부터 고등학생들에게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제작된 교재를 판매하고 방송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영방송이 프랑스어로 일본해라고 표기된 교재를 시중 서점과 인터넷 등에서 1년 이상 판매했지만 EBS는 고교생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까지 잘못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한국교육방송공사(사장 신용섭)는 2014년부터 새롭게 제작·판매한 고교 1∼2학년 대상 수능시험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 기본서 '뉴탐스런' 표지에 일본해가 표기된 프랑스 고지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회탐구영역 기본서인 뉴탐스런은 표지(사진) 디자인으로 19세기 프랑스 고지도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일대를 기록한 이미지를 잘라와 집어넣었다. 그런데 동해에 표기된 프랑스어가 '동해(Mer De l'Est)'가 아닌 '일본해(Mer du Japon)'를 뜻하는 'Mer Du Ja'가 버젓이 사용됐다.
최근까지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EBS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는 고교생들이 교재 수정을 요청하자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28일 사과문을 올렸다. EBS는 교재 제작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해당교재의 발행을 전면 중단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 전량을 회수조치하고 표지 디자인을 바꿔 재인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초 잘못된 표지 디자인은 뉴탐스런 사회문화 교재 1종이 아닌 사회탐구영역 10종 모두에서 일본해로 기록된 표지 디자인을 채택했다. 한국사 상·하, 세계지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법과 정치, 한국지리, 고등 동아시아, 생활과 윤리, 사회 교재가 모두 일본해 표기 디자인을 사용해 사실상 고교생들에게 동해를 일본해로 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재 회수와 재인쇄 작업에 수십억원의 국민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교재를 구입한 학생들은 아직 EBS에서 교환·환불조치를 결정하지 않아 계속해서 일본해 교재를 사용해야 한다.
EBS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일본해 표기 교재는 1종이 아닌 10종으로 현재 일본해가 표기된 지도를 사용한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디자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 관계자는 "EBS가 수능교재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교재 감수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공영방송이 학생들에게 동해가 아닌 일본해를 1년 넘게 가르쳤다는 사실을 일본이 알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