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히든스토리] 직원이 일일이 부동산 매물 확인하고 사진 촬영

[스타트업 히든스토리] 직원이 일일이 부동산 매물 확인하고 사진 촬영
김지선 기자   dubs45@dt.co.kr |   입력: 2015-04-06 17:12
발품 뚝심 직방, 부동산앱 독보적 1위
[스타트업 히든스토리] 직원이 일일이 부동산 매물 확인하고 사진 촬영
탤런트 주원을 모델로 하고 있는 직방의 광고 이미지. 사진= 채널브리즈 제공


(1) 채널브리즈

국내에 '제2의 벤처 전성시대' 가 왔다는 얘기가 들릴 만큼 벤처 창업 열기가 뜨겁다. 미국 벤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선 2010년 이후 생겨난 신생 벤처를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부른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하나 둘 성공 얘기가 들린다. 업계가 주목하고, 후발 스타트업 또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본받을 만한 스타트업을 찾아, 그들의 생생한 창업 스토리와 성공을 향한 열정을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2012년 1월, 연초부터 폭설과 한파 속에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은 날이 지속됐다. 빙하기를 방불케 한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어느 해보다 추웠던 2012년 그해 1월, 30대 초반 대표와 20대 젊은 직원 15명이 한파를 뚫고 오전 8시 30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한 커피숍 앞에 집결했다.

"소재지 불명은 없다." 이 뜻 모를 구호를 외치고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관악구 일대 원룸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얘기하는 원룸이 실제 위치하는지(허위 매물이 아닌지), 집 안은 깨끗한지 구석구석 살핀다. 증거(?)가 될만한 사진도 수십 장 찍는다. 어이 없어 하는 집주인에 양해를 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오후가 되면 모든 직원은 다시 한곳으로 모인다. 이때부터 오늘 눈으로 직접 살펴본 진짜 매물만 솎아내는 작업에 들어간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올린 매물은 옆에 다른 팀원이 다시 확인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오전에 불분명했던 관악구 근처 매물이 정확히 파악된다. '소재지 불명은 없다'는 구호는 "집을 내놨다고 해서 가봤더니 허탕만 치고 집을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3개월 만에 관악구를 점령(?)하고 구로구, 영등포구, 등 강서지역을 거쳐 서울 전 지역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기를 1년 6개월. 지금의 '직방'은 이렇게 18개월간 직접 발로 뛴 직원들의 피땀 어린 결과물이었다. '직방'이란 서비스 이름도 '직접 찍은 방'이란 뜻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에 굴하지 않고, 매일 발품을 판 결과는 값졌다. 직접 쌓은 탄탄한 매물 정보는 이용자에 믿음을 줬다. 믿음을 주니 입소문을 탔고, 이전까지 뾰로통하던 공인중개사가 직접 사진을 찍어 매물 정보를 올렸다. 여기저기서 매물을 올리자 등록 매물 수는 금세 늘었다. 좋은 매물 정보가 많자 이용자도 자연스레 늘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게 불과 1년 전이다.

직방이 18개월간 '고난의 행군'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창업자인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악구를 누비던 시절 만든 원칙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눈, 비 상관없이 무조건 오전 8시30분 출근해서 4시간 동안 움직이기. 단 (체감온도) 영하 16도 이하일 경우에만 출근 시간은 한 시간 늦춘다.' 영하 14도나, 영하 15도도 안 된다. 안 대표는 어림없었다. 영하 16도를 찍지 않으면 무조건 정시에 출근하도록 했다. 안 대표는 이때를 회상하며 "스타트업이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예외를 두지 않는 원칙이나 철칙이 있어야 직원 사이에 불만도 적고, 회사도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직방'은 남부럽지 않은 서비스가 됐다. 직방 애플리케이션(앱) 내려받기는 500만 건을 넘었고, 등록한 매물수도 평균 8만5000여 건으로 부동산 앱 중 독보적 1위다.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0억 원에 이어 올해 초엔 200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0년 매서운 한파의 기억은 이제 즐거운 추억이다.

이 모든 성공의 중심엔 옆길로 새지 않고 한 우물만 팠다는 자부심이 있다. 안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자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돈이 보이는 곳으로 이리저리 헤맸을 것"이라며 "방 정보를 한곳에 모으자는 것에만 집중했다. 초반 6개월은 주말에도 전 직원이 나와 일할 정도로 집중했고, 몸은 힘들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한우물만 파면 반드시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방은 전세나 대형 주택이 아니라, 20대와 30대를 공략한 원룸, 투룸에만 집중하고 있다.

자칫 빠른 성공에 안주할 법하지만, 직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각오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있다. 안 대표는 자신처럼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이 얘기를 꼭 전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한 번 해보고 안되면 말고' 식은 절대 금물"이라며 "실패했을 때 여파는 나뿐 아니라 내 주변까지 상당하다. 다른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난 실패를 장려하지 않는다. 충분히 고민하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때 큰 각오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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